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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메이드 포 차이나로 전략 바꿔야죠."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

중국을 제조 공장으로 보던 시각 바꿔

거대한 시장으로 진출 전략 새로 짜야

퇴근길인문학수업-연결(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를 벗어나 이젠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중국 진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이욱연(사진)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제품 생산의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을 거대한 공장으로 이용했던 과거는 잊고 시장의 관점에서 중국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월에 출간한 ‘퇴근길인문학수업-연결(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에 필자로 참가한 그는 ‘키워드로 보는 중국 비즈니스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하듯 원고를 풀어냈다. ‘퇴근길인문학수업’은 지난 2018년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다년간 운영해 온 인문학 강연 사업을 바탕으로 각 권별로 테마를 선정하고 1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한 옴니버스형식의 인문교양 시리즈다.

이 교수는 ‘관계(꽌시關係)’ ‘차별’, ‘체면’ 등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문화 코드이지만 중국과 한국 간에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차분히 정리했다.

그는 “2000년대 국내 기업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꽌시가 중요하다는 교육을 받고 중국인들이 선물을 좋아한다는 말에 비싼 선물을 건네보고 함께 술을 마시고 밥도 먹어 보지만 짧은 시간에 꽌시가 돈독하게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중국을 겉으로만 보고 한국과 비슷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생각은 한국도 중국 문화권 아래에 있었던 역사를 떠올리면서 시작된다는 것.

“서양에서 중국 시장을 진출할 때는 대부분 합자회사 형식을 선택한다. 중국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중국의 환경에 맡는 기업으로 키워나간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죽, 중국과자 등 지역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 중국화해 나가면서 이윤창출을 극대화해나간다. 이는 서양에서 중국을 잘 모른다고 보고 내린 전략적인 판단에 근거한 결단이다. 하지만 한국기업이 중국을 진출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러 가면 비슷한 점을 먼저 확인하고 다른 점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잊어버리게 된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을 진출한다면 문화적 현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책에서 꽌시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형제와 같은 관계로 발전하려면 진정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학연보다는 지연이 더 중요한데, 그 이유는 한 마을 출신이라면 같은 물과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이 강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라면서 “심지어 밥을 함께 먹을 때에도 자리에 따라 우정의 깊이가 다르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패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한 갈등이 말끔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간의 무역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시장이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강점”이라면서 “이젠 중국을 세계의 거대한 공장으로 인식하기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성장하는 시장으로 보고, 중국인이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은 문화적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 농심 등 소비재 기업과 태평양 등 화장품전문기업 등이다. 이 교수는 “초코파이는 중국의 작은 마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간식거리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초코파이를 나누면 친구가 된다는 마케팅 컨셉이 중국인의 마음에 꽂힌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의 성공이 예견되는 분야로 식품·의료·보건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먹거리, 건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국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라면서 “고급스럽고 깨끗하며 세련된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철저히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각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개론을 익혔다면 이제는 각론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면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중국 사회의 변화를 감지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경제와 문화는 얽혀있는 만큼 중국사회 내면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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