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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PR1400 원전과 해외진출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미국 외 국가서 인증취득 韓 유일

장기간 소요되는 원전 프로젝트

기술인력 등 인프라 굳건해야 가능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재개 절실

이익환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던 한국형 원전기술 APR1400 원전이 8월26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로부터 설계인증을 최종 취득했다. 이에 따라 APR1400 원전은 미국 연방규정(CFR· Code of Federal Regulation)에 자동 등재된다. APR1400 원전을 미국 내에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개발한 원전을 NRC에 제출, 설계인증을 취득한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프랑스와 일본이 설계인증을 추진한 바 있지만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APR1400 설계는 NRC에 앞서 2017년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인증도 취득한 바 있다. 유럽까지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최고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APR1400 원전은 UAE의 4기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고리 3·4호기가 운전 중이며 신한울 1·2호기 및 신고리 5·6호기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이번 NRC 승인은 외국의 한국 원전기술 평가에 청신호가 될 것이 분명하며 해외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이 한국과 함께 공동으로 중동에 40기의 원전을 공동 건설하자는 제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원전진출에 미국과 한국이 사업과 기술을 연합하는 것은 좋은 일거리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무엇보다 국내 원자력 산업, 기술인력 등 생산 인프라가 살아 있어야 한다. 원자력 사업은 지금 프로젝트가 확정되더라도 7년 전후의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의 국내 인프라를 몇 년 동안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살아 있는 원자력 인프라란 현재의 기술과 함께 조직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일거리가 사라지면 설계 기술 인력은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다. 국내 원전 설계 구조가 와해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해외에 수출을 하려 해도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자국 내 인프라가 적절히 받쳐주지 못하고 부품을 수입해서 건설해야 하니 수지 타산이 맞을 리 없다. 이처럼 일거리가 없어 제조시설이 정지되면 제조 전문가도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원자로 및 증기 발전기, 터빈 발전기 등 주요기기를 생산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내년의 일거리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타산이 맞지 않으니 시설을 보유할 수 없고 그러니 매각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매자는 아마도 원전건설이 활발한 나라가 될 것이다. 어쩌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탈원전정책이 발표될 때 건설하다 지금은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를 신고리 5·6호기처럼 바로 건설에 착수하자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1조원이 투입돼 입지조성이 거의 끝났고 설계도 많이 진척된 상황이다. 만일 건설이 중단된다면 막대한 매물비용까지 투입돼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라도 바로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한국이 손잡고 우리의 차세대원전 APR1400을 활용해 경쟁력 있고 가장 값싼 원전을 미국 내에 건설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양국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일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러브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체코·핀란드 등의 국가와 소통이 가능해져 탈원전정책으로 막힌 길도 자연스럽게 뚫을 수 있고 해외수출의 길도 급물살을 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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