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해산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향방을 가를 조기총선 레이스가 본격화했다.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은 조기 브렉시트, 야당이었던 노동당은 국민투표를 전제로 한 새 브렉시트 추진 등의 공약을 내걸며 맞서고 있는 만큼 오는 12월12일 총선까지 치열한 선거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영국 하원 해산과 함께 각 당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보수당 소속인 보리스 존슨 총리,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조 스윈슨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자유민주당의 현재 의석수가 19석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99석인 보수당과 244석인 노동당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하원 의석 650석을 뽑는 이번 선거는 단순 소선구제로 진행된다. 각 선거구 650곳에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입후보 접수는 14일 마감된다.
지난달 중순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새로운 브렉시트 협상안을 마련했지만 하원이 브렉시트 관련 법안의 신속 처리를 거부하자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가 최장 내년 1월 말로 연기되자 조기총선 개최 제안을 담은 ‘특례법안’을 제출했고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노동당 등 야권이 찬성표를 던져 총선이 결정됐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이 의석수에서는 노동당에 앞서지만 브렉시트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과반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총선이라는 배수의 진을 택했다. 하원의 전체 의석수는 650석이지만 표결권이 없는 하원의장과 부의장 3명, 중앙의회 참여를 거부하는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의원 7명을 제외하면 실질 과반은 320석이다.
이론적으로는 보수당이 현 의석에서 21석 이상만 차지하면 EU가 브렉시트 마감 시한으로 정한 내년 1월31일 이전에 EU 탈퇴가 가능하다. 과반 의석에 실패하면 또 한 차례 진통이 불가피하다. 절반 미만의 의석으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의 없이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야당 등의 적지 않은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반면 노동당이 과반을 확보할 경우에는 브렉시트 추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이날 에식스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집권할 경우 6개월 안에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EU 관세동맹 잔류, 노동자 권리에 관한 완전한 보장 등이 포함된 새 브렉시트 안을 통해 EU와 다시 협상을 추진한 후 내년 6월 또는 7월에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한 새로운 국민투표를 개최할 계획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코빈 대표의 생각에 부정적 입장이다. 융커 위원장은 5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EU와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브렉시트 과정은 이미 너무 오래 걸렸다. 이제는 끝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 차기 집행위원회가 새 협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결과가 나올 경우 EU와 협의와 무관하게 브렉시트 추진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로서는 보수당의 우세가 관측되지만 과반 확보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조사에서는 보수당 지지율이 38%, 노동당 25%, 자유민주당 16%로 나타났다.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과 과반수 정당이 없을 가능성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베팅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 못하는 ‘헝(hung) 의회’가 될 경우 브렉시트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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