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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주한미군의 존재이유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한반도 유사시 미군은 자동개입하는가. 대부분 그렇다고 믿지만 온전히 참인 명제는 아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는 자동개입이라는 문구나 조항이 없다. 주한미군이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하기에 자동개입을 다짐받고 있을 뿐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 신분이었던 2년 전 합참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자동개입 조항이 있다고 대답했다가 사실을 확인한 후 정정하기도 했다.

미군은 한국의 용병인가. 대부분 부인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터무니없이 ‘뜯긴다면’ 일부는 참이 된다. 미 행정부가 책정한 주한미군의 한해 인건비는 약 2조원인데, 한국이 이보다 많이 부담하고 이 비용이 병사 월급으로 지출된다면 맞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3월 사설에서 “트럼프의 방식이 미군을 용병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동맹의 역할이 모호해지면 호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다른 미국 동맹국들을 비교해 보게 되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동맹국들도 미국의 방위비 청구서를 받고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동맹 자체가 가진 전쟁억제력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토 협약 제5항은 동맹국이 공격당하면 다른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즉각 개입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요구를 성토해도 ‘유사시 미군이 반드시 온다’는 보험 이상의 믿음이 깔려 있다.



물론 자동개입이 명시되지 않기는 미일 안전보장조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전략상 동아시아 역내 대리인으로 삼은 일본을 한국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주한미군이 있는 한 즉시개입의 명분이 되지만 이조차 협상수단으로 전락했다. 미 수뇌부가 이번 방위비 요구와 함께 재차 꺼낸 든 것이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다.

다시 의문이 든다. 한미동맹은 굳건한가. 동맹의 영속성은 안보이익 이외의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때 보장된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3일 첫 방한에 앞서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주일미군을 보며 왜 그들이 거기에 필요한지, 얼마나 드는지 등을 묻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국민이 이해할 만큼 성의를 보이라’는 뜻인데, 보통의 한국 국민이라면 미 행정부에 같은 질문을 되묻고 싶을 것이다.

‘안보 보험금’ 인상 요구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까지 얽혀 우리 정부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수준의 차악(次惡)을 피할 수 없다면 이참에 한미동맹을 일방적 시혜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과 부당성만이라도 통렬하게 따져야 한다. 손해를 참지 말고 불평을 하는 것은 부동산재벌인 트럼프가 강조한 상술 중 하나다.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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