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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17차례 대책에도 그들은 집을 팔지 않았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다주택자 집 팔라던 고위공직자들

33%가 강남에 주택...富 불려와

이중성에 정책 신뢰 잃은지 오래

추가규제땐 집값만 더 자극할수도





사실 현재 집값 강세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대책만 열일곱 차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 대책으로 보유세 등 세금은 껑충 뛰었고, 돈 빌려 청약이나 집을 장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포함해 수도권에 30만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점을 고려해볼 때 이는 적은 물량이 아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하면 집값이 안정돼야 하는데…”라며 현재의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 인구 1,000만명이 붕괴되고, 최근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왜 집값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여러 분석을 떠나 최근 모 전문가가 내놓은 해답이 단순한 것 같지만 명쾌한 것 같아서 소개한다. 요지는 정부가 그렇게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을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집단조차 아파트를 보유하는 상황에서 집값이 안정화되겠느냐는 것이 요지다.

정의당이 청와대와 행정부처 1급 공무원 이상 관할기관 부서장 등 639명의 재산변동 관보를 분석한 결과 210명(33%)이 강남 3구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부동산 관련 정책기관·사정기관 고위 공직자들의 강남 3구 주택 보유비율은 46%에 달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부동산 사랑, 그중에서 서울, 그 가운데서도 강남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열일곱 차례의 대책이 나오는 동안 이들은 어땠나.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 집 팔라” “강남이 좋으냐” 등으로 압박을 했지만 정작 정책을 집행하고 법을 만드는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은 부동산으로 ‘부(富)’를 불렸다. 정책 결정 최상의 먹이사슬에 있는 청와대 공직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어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부동산 카페에 가면 그들이 어떤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이들의 주택값이 급등했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열일곱 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들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만드는 장본인이다.



부동산은 작은 심리적 변수에 의해서도 흔들린다. 자산가들이 강남 집을 판다는 소식만 전해져도 시장은 동요하기 마련이다. 한국 경제를 지휘하는 고위 계층들이 집을 팔지 않는데 일반 시민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정부의 막강한 부동산 정책을 믿고 “이제 부동산 시대는 끝났다”며 집을 판 공직자는 지금도 없다. 시장에서는 공직자들의 이중성에 분노하는 모습도 나온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의 부동산 보유를 정당한 ‘투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반 다주택 보유자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 역시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투남투’ , 즉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인식은 공직자나 일반인이나 같다. 정부는 몰라도 시장에서는 부동산을 보유한 공직자나 주택을 보유한 일반 시민들을 같은 분류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국토부는 물론 청와대·여당 등이 나서 집값이 계속 오르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추가 대책이 과연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대책의 강도나 실효성 여부를 떠나 “부동산으로 부를 불리고 있는 공직자들이 자기네 집값을 떨어뜨리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정책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추가 대책이 나온다고 공직자들이 집을 팔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일반 주택 보유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한 전문가는 “너무 올라 잠잠해지려던 집값을 추가 대책이 더 자극하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현 규제가 만들어내고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해 점검할 때다”라고 충고했다. 규제를 늘리기보다 현 규제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lj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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