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긴 역사를 담고 있는 곳. 서울 종로구 공평동은 수많은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다. 설계자는 이 종로라는 지역이 가진 맥락을 흡수하면서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만들어지도록,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장면을 내포하는 건축물을 짓는 데 목적을 뒀다. 보수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도시 패턴을 제공함으로써 밤이 되면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도시의 등대’로서 건축물이 기능하기를 바랐다.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사무소의 오동희 설계자에 따르면 건축물이 단순한 건축을 넘어 도시의 의미 있는 한 장소로 읽히도록 설계 작업에 초점을 뒀다. 세계 도시마다 도시를 대표하는 특정 장소가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러한 하나의 장소가 도시 안에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종로, 그것도 인사동 초입이라는 장소에 높이 114m에 달하는 대규모 도시 건축이 어떻게 끼워져야 할 것인가는 설계자에 있어 중요한 과제였다.
인근에 터줏대감으로 자리한 종로타워와 관계도 고심할 점이었다. 설계자는 두 거대한 건축물이 대립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관계적 합을 통한 시너지를 찾기를 희망했다. 종로타워가 남성이라면 센트로폴리스는 여성이라는 개념으로, 혹은 그 반대의 개념으로 설정되도록 계획했다. 사람을 위한 도시 공간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공적인 공간인 보행 공간이 사적인 공간인 건축물 안으로 침투해 입체적으로 구축되도록 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길이 건물 내부로, 또 지하 공간으로 침투해 서로 교류하는 장소로 창조되도록 했다.
현대사회는 다중적이며 복합적이다. 설계자는 이 같은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세계에 대한 건축관을 건축물을 통해 표출하고자 했다. 그는 단순성과 실용성을 풀어내 마치 대립하고 있을 것 같은 다중성, 복합성의 가치를 오히려 통합하고 흡수하게 했다. 하지만 건물의 물리적인 크기가 끼치는 도시적 영향력은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었다.
한편 센트로폴리스는 건축 진행 과정에서 도시 유적이 발견되면서 전기를 맞기도 했다. 무척 곤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서울시와 사업자, 그리고 건축가와 서울역사박물관이 협력해 이룬 이른바 ‘공평동 룰’에 의해 바로 이 장소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함께 자리하게 됐다.
박원근 심사위원은 “개발과정 중, 유구가 발견돼 사업자는 문화유산을 원래 위치에 원형으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건축을 추진함과 동시에 보전된 유적을 전시 관람할 시설을 만들어 기증하고, 시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적정수준의 용적률 상향으로 보상했다”며 “국가와 사업자와 시민이 모두 윈윈(Win-win)한 모범적 개발사례의 중심에 있는 건축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건축대상의 토지가 가진 역사문화와 연결된 장소의 특성을 건축계획 전개의 핵심 모티브로 잘 담아내 건축의 맥락과 정체성 발현에 성공한 건축물”이라며 “건축물의 전 부분에 걸쳐 역사적 맥락과 관계되어 일관성 있게 정체성 구현을 위한 노력이 시도됐다”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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