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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ISD 첫 패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가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처음으로 패소해 730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ISD 판정과 관련해 ‘중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지만 영국 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한국의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 이란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에서 손실을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ISD는 해외투자가가 상대국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측은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분쟁일 뿐만 아니라 다야니 가문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ISD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보장협정에 적시된 ‘투자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 한국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를 중시했다고 한다. 여기에 공공기관인 캠코가 채권단에 포함된 점도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 당장 승소를 장담했던 정부의 대응방식은 물론 진행과정조차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소송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혈세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ISD 판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규모의 ISD를 제기했고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개입을 문제 삼고 있다. 게다가 ISD는 정부의 개입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으면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마저 밀어붙인다면 자칫 글로벌 투자가들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차제에 해외 소송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나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소송전문 인력 양성 등 정부 차원의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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