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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필 이 시점에 '대북지원'이라니

박우인 정치부





“기본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교류 협력·지원은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견지해나갈 것입니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예고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할 뜻을 거듭 밝혔다.

외교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통일부 브리핑은 영 예술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하위변수로 둔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지원 사업추진이 시의적절했는지 의문이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측이 남측과 교류협력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도 이러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방증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시사하며 북미관계가 파탄 직전에 이르렀음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북지원 사업은 득보다는 실이 커 보인다. 북한은 줄곧 대남 메시지를 통해 대북지원보다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완화에 나설 것을 남측에 수차례 밝혔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전달했음에도 정부가 대북지원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 추진에 대해 “실로 구차스럽고 가소롭기 그지없는 행태”라며 “미국의 손바닥 위에서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며 북남 선언 이행에서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한 저들의 궁색한 처지를 가리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문제는 대북지원 사업추진이 의도하지 않게 미국과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이 ICBM 도발 등을 통한 새로운 길을 구체화하면서 미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최근 대북정책 기조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중국의 비핵화 방식과 유사하다는 미 조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한반도의 정세를 볼 때 정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사자성어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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