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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구속 위기 면했지만…"범죄혐의 소명·죄질 나쁘다"

법원, 구속 필요성·상당성 부정

"직권남용 소명된다" 단서 남겨

친문·청와대 겨냥 수사 일단 제동

檢 일가수사 연내 마무리·기소 방침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오승현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청와대 윗선’ 수사에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되며 죄질이 좋지 않다”는 단서를 달아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수사단계에서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인상을 남겼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시께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6일과 18일 총 두 차례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한 뒤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낮고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권 부장판사는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되며,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은 또 다른 변수다. 조 전 장관의 혐의가 검찰수사 단계에서 입증됐다는 뜻으로, 재판에 넘겨져 직권남용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과잉수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영장이 기각돼 검찰이 구속수사를 다시 한번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운 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정권 인사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가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역시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고,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통해 비리 중 상당 부분을 확인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찰을 중단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감찰업무 총책임자인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유 전 부시장 감찰이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중단됐다고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검찰은 감찰을 중단해달라는 ‘친문(親文)’ 인사들의 요청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정황도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들의 청탁이 들어오자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감찰을 중단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원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천경득 청와대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 측이 영장심사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영장 기각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과 이에 대한 친문 인사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시인하되, 직권남용이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 직무 범위 내의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4차에 걸쳐 감찰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감찰이 이어졌기 때문에 ‘감찰 중단’이라는 프레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도 영장심사가 끝난 뒤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판부에 충실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가 금융위에서 수리되고 영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권력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당시 파악 가능했던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가 경미했으며, 회의에서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의견을 들은 뒤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박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에서 법원이 조 전 장관 손을 들어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 추진은 탄력을 받게 됐다. 조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공수처 설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조 전 장관 지지자들 역시 ‘공수처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압박하며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윗선과 친문 인사를 겨냥한 수사 방향 역시 주춤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가족 비리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조·오지현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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