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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새해에 거는 희망

이우일 과총 차기회장·서울대 명예교수

AI벤처 '수아랩' 등 토종 청년기업

세계 무대서 수천억원 가치 입증

실패 부담 덜어낸 창업 밀착 지원

도전정신 일궈 경제 돌파구 삼아야





2019년도 이제 이틀 남았다. 올해는 특히 경제 관련 뉴스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1%대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 청년 실업, 성장동력 실종 등 비관적 뉴스들을 접하며 위기를 느낀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발전 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낭보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된다.

10월 국내 인공지능 벤처기업 수아랩(SUALAB)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매각됐다는 뉴스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수아랩은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전문 회사로 자본금 2,000만원으로 2013년 설립해 6년 만에 쾌거를 이뤘다. 다른 예로 비프로(BePro)라는 회사도 있다. 아마추어 축구동호회 선수들도 프로 선수들처럼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창업한 이 회사는 아마추어를 넘어 이제 유럽에 진출, 독일 프로축구단 선수들의 경기력을 관리해주고 있으며 기업 가치만 이미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20대 청년들이 창업한 회사로 기성세대는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국제무대로 나가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겸비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고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고 나무란다. 그렇지만 단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 아닐까. 넘쳐나는 공시생, 대기업 선호 등 우리가 우려하는 세태는 청년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다른 선택지를 주지 못한 결과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주위에 창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즐비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원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것들이 많아 청년들을 창업에 도전하도록 이끌기에 부족하다. 지원 건수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밀착 지원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제2, 제3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의 벤처 투자는 많은 경우 진정한 벤처 투자가 아니다. 투자금에 대해 보증까지 요구하는 등 금융 대출에 더 가까워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도 많다. 진정한 벤처 투자라면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해 위험을 감수하며 벤처 기업의 성공을 위해 혼신의 지원을 다해야 한다. 수아랩이 비더로켓(BeTheRocket)이라는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에 입상해 발굴된 회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비더로켓은 로켓이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뚫고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창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2014년 서울대에서 시작해 매년 7개의 아이디어를 선정, 창업 초기에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 해결을 일괄적으로 지원한다. 성공적 지원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해 창업 공간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엔젤 펀드까지 연계하는 등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데 있다. 적어도 창업의 첫 단계까지는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아이디어의 현실화를 시도해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회를 기다리는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있다. 그 세대가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생활비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 수아랩 같은 청년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며 청년들의 활발한 창업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이러한 도전정신을 북돋아 주는 것만이 우리 경제의 돌파구다. 우리는 최빈국에서 시작해 도전적 기업가 정신으로 전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을 일궈낸 경험이 있다.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지원과 함께 실패해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해주면 우리는 머지않아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밝을 새해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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