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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설] 다시 대한민국의 길을 묻는다

미중 패권전쟁·北도발·보호무역 등

새해 안보·경제 환경은 온통 지뢰밭

이 와중에 이념갈등 심화땐 공멸뿐

실용 바탕둔 국정좌표 재설정할 때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庚)’은 흰색을 뜻하니 올해는 흰쥐의 해다. 예로부터 쥐는 다산과 번영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새해를 맞은 국민들은 저마다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흰쥐의 기운이 나라와 가정에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해를 맞아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안보와 경제·사회·정치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안보 면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허물어지면서 미중 패권전쟁이 휘몰아치고 있다. 셰일혁명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룬 미국은 이제 국제정치의 주요 무대를 중동에서 동북아시아로 옮기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인도태평양전략’이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등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견제하려 한다.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하는 거대한 안보 지각판이 맞부딪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신의 편에 서라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인 우리나라에도 방위비 분담 압력을 높이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통상 등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도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생긴 갈등의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의 원군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국제정치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일시적인 휴전을 하기는 했지만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이 상당하다. 새해에도 제2, 제3의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숨 가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눈을 국내로 돌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1%대 경제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규제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온 국민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념과 세대, 계층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적으로 간주한다. 마치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공명조(共命鳥)’라는 새를 연상시킨다. 공명조는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다 결국 공멸한다. 두 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공격하는 우리 사회가 이와 뭐가 다른가.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자칫 발을 잘못 내디디면 바로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만다. 미중 패권전쟁이 심해질수록 한국은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무엇이 우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분명한 원칙을 세워 대응해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은 뭐니뭐니해도 북한의 핵 위협이다. 중국은 말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북한 정권의 붕괴를 더 걱정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는 ‘바오우(保五)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북한 정권 붕괴로 난민이 유입될 경우 중국 경제에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된다. 중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있는 이유다. 결국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미국·일본 등 우리의 우방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북한·중국에 편향된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중국 방문기간 동안 국제 제재 대상인 남북철도 연결을 강조하며 중국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래서는 북핵 해결은커녕 안보불안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한다.

답답한 것은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분배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펴온 결과가 무엇이던가. 그것은 바로 ‘성장 없는 분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3%를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이제 2%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 성장이 안 되니 분배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소득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로지 재정에 의존해 일자리와 분배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재정 건전성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제 체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동 등 구조개혁 작업은 뒷전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 상황이다.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 된 나머지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갈등관리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권이다. 어느 누구도 극심한 비용을 초래하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진국은커녕 3류국가로 추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데 이념에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그 해답은 실사구시에 있다. 이념의 굴레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국정 전반에 실용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선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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