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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美가 아끼는 곳 불바다로 만들겠다"

트럼프, 인질 숫자 '52' 거론하자
이란대통령 "美는 290명 죽였다"
최고지도자 눈물 흘리며 보복 다짐
이란 SNSC "보복 시나리오 13개"
솔레이마니 장례식선 수십명 압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美가 아끼는 곳 불바다로 만들겠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7일(현지시간) 케르만주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추모식에서 추모연설을 통해 미국에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케르만=연합뉴스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장례식이 6일(현지시간) 치러진 뒤로 미국과 이란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란 정치·종교의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직접 국가안보위원회(NSC)를 주재하며 이란이 대미 결사항전을 다짐하자 미국은 전략폭격기와 수륙양용 공격함을 인도양으로 집결시키며 연일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한 후 미국이 처음으로 핵합의 재협상을 언급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미 국방부가 미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52’ 6대와 지중해에서 훈련 중인 ‘바탄 상륙준비단(ARG)’을 이란 호르무즈해협과 인접한 인도양으로 이전배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중동에 3,500명 규모의 병력을 보내기로 하고 공수부대 대원 4,000명에게 쿠웨이트 파병을 준비하라고 명령한 뒤 나온 추가 조치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이날 미국이 이라크 주둔군을 철수한다는 보도를 부인하며 오히려 이란·이라크 일대에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美가 아끼는 곳 불바다로 만들겠다'

이에 평소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뜻을 드러내며 신(神)으로 불려온 하메네이는 NSC에 깜짝 등장해 직접적 대미 보복을 주문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지 몇 시간 만에 열린 NSC에서 미국에 직접적이고 비례적인 공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장례식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낭송하다 이례적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미국에 보복을 다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7일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연설에서 “우리는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며 강력한 항전을 다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마라”는 글을 올리며 미국에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으로 대응할 경우 1979년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점거 사태 때 억류된 미국인 숫자를 의미하는 52곳에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이 1988년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의 미사일 격추로 이란항공 IR655편에 탑승한 290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이중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절차적으로 정당화하는 작업도 본격화했다.

이란 의회는 이날 미군 전체와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며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미군을 향한 공격이 이란을 위협하는 테러조직에 대응한 ‘대테러 작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또 이날 알리 샴커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사무총장은 “미국에 보복하는 시나리오 13개 가운데 가장 약한 경우가 ‘미국인에게 잊지 못할 역사적인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 시나리오를 마련했음을 시사했다.

7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에서 열린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서 군중이 몰리며 수십명이 압사하면서 장례식과 안장식 일정이 연기됐지만, 전문가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란의 보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봤다.

이란이 과거 간접적으로 대응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직접 타격을 준비 중인 만큼 미국은 백악관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계를 바짝 높이고 있다. 미 폴리티코는 이란 의회 강경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처인 백악관에 보복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이란 국영방송 보도를 전하며 트럼프의 보좌진이 6일 회의에서 정보기관들을 비롯한 백악관의 보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이 이란에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라며 중재에 나선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의 핵합의 재협상 운을 떼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트럼프)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란이 정상 국가처럼 행동하는 것을 시작하기 원한다면 물론”이라고 답했다.

최근 이란과 공동 해상훈련을 벌이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거리를 두며 이란이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하고는 있지만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이 이란은 물론 이라크·시리아 등 시아파 국가들과 레바논·팔레스타인 내 시아파 무장정파 세력까지 결집시키며 반미전선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미국과 중동 갈등으로 확전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알렉산더 퍼제시는 이날 “(중동) 갈등은 경제 및 금융 충격을 통해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영 및 금융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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