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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집값과 선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부동산, 진보정부서 선거 큰영향

투기 탓하며 대증요법 규제책보다

조세·교육 등 고려 종합대책 필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내세워 당선됐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인 경제 상황보다 부동산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가름한 국민투표에서 집값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많은 유권자가 탈퇴 쪽을 택했으며, 다른 유럽 국가의 정치에서 포퓰리즘이 확산하는 것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집권당에 불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특히 진보정부일 때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융 세제를 포함한 강도 높은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으며, 필요하면 추가적인 대책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정부의 대책에 질세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정부의 권한에도 없는 부동산 공유제를 제안했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보유세를 걷어 국민 1인당 매달 40만원씩 주자는 그야말로 인기영합적인 주장도 했다.

서슬 퍼런 정부 대책으로 집값 상승이 잠시 주춤하지만 총선이 끝나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연초에 진행된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도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응답은 28.9%, 불안해진다는 62.8%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정부가 기본적으로 선량한 실수요자와 나쁜 투기꾼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부동산대책을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한 채만 있는 내 집에서 사는 사람도 중요한 보유자산인 집값이 많이 오르기를 바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현직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의 아파트값이 ‘안정’된 게 아니라 ‘올랐다’고 홍보하기 위해 애쓴다.



따라서 특정 계층을 표적으로 할 게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보편적인 과세, 특히 보유세를 늘리는 게 옳은 방향이다. 고소득자 고가 주택 문제는 재산세의 누진 과세 틀 안에서 풀어야 순리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꺼번에 대폭 올리기는 어려우며 보편적인 조세 인상은 정치적으로도 부담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연금개혁을 하는 것처럼 장기적인 보유세 인상 계획을 만들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많이 지적된 문제가 공급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수도권과 서울 시내의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춰 넉넉하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들 가운데 정부에서 주택 전체의 수급 균형을 맞춰주는 나라는 없다. 정부는 서민주택·임대주택과 같은 복지적 성격의 주택 공급에 신경을 쏟고 일반적인 주택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맡기는 게 맞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수요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공급이 가능한 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차익이 발생하는 문제는 정교하게 다듬은 과세로 풀어야지, 투기 원천을 봉쇄한다는 각오로 억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는 냉탕· 온탕을 오가는 식의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규제정책, 이명박 정부는 투기지역 해제 등 완화 정책,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이 떠돌 정도의 부양 정책, 현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강력한 규제정책을 채택했다. 정치권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둘러싸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지만 널뛰는 정책으로 집값의 변동 폭이 커진 것은 확실하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대증요법이 아니라 주택 시장, 조세 체계, 금융 시스템에 교육문제까지 종합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 정권의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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