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200억대 배임' 항소심 무죄… 1심 집행유예 뒤집어

상표권 아내에 넘겨 213억원 회사에 피해 입힌 혐의

法 "아내가 실제 상표권 창시했고 임직원도 알아"

허영인, 결심공판서 "사회적 책임 다 하겠다" 변론

허 회장 부인은 고발인 '선처 탄원서'로 기소유예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아내에게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영인(70·사진) SPC그룹 회장이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죄를 인정 받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서울고등법원 9형사부(한규현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 회장 부인 이모씨가 실질적으로 상표권을 창시했고 회사 임직원들도 이씨에게 상표권이 귀속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하다”며 “2012년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회사와 임직원들이 다툼을 포기하고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 사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와 부인 이씨가 절반씩 소유하던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이씨에게 모두 넘긴 뒤 2015년까지 회사가 이씨에게 상표권 사용료 213억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파리크라상 상표권은 애초 이씨 소유였지만 2002년 회사와 이씨가 각각 절반씩 소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 회사는 2012년 갖고 있던 지분을 다시 이씨에게 넘긴 뒤 전체 매출의 0.125%를 상표사용료 명목으로 이씨한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일부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허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해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지난해 11월5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당시 허 회장은 최종변론에서 “지금까지 명예와 신의를 지키면서 오직 회사를 키우는 데만 전력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게 잘 보살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한편 허 회장과 함께 고발된 부인 이씨는 213억원과 상표권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모두 돌려준 점, 고발인 측에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이 참작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윤경환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