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혐의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이 늦어도 내달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돌연 3월로 넘어갔다. 지난 3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여파다. 2월 안에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삼일절 특별사면 논의도 수면 위로 가라앉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1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기일에서 “어제(30일) 관련 판결(김 전 실장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있어서 오늘도 결심 공판을 진행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별히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 직권남용이 아니라면 과거엔 프로세스가 달랐던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 주장을 정리하고 필요한 증거를 내야 할 듯하다”며 “만약 맞다면 무죄 취지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음 재판을 3월25일 오후 4시10분으로 정했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9분 만에 끝났다. 지난 15일 첫 파기환송심 공판은 5분 만에 종료된 바 있다.
다음 재판이 3월로 넘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급격하게 식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면 대상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형을 확정받은 사건은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된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첫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29일 “뇌물 혐의는 분리해 선고하라”며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는 첫 2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국정원에서 받은 돈 가운데 34억5,000만원은 국고손실 혐의로, 2억원은 뇌물 혐의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첫 2심이 인정한 것보다 유죄 인정액을 늘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2개월가량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서울구치소로 복귀해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3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정에 몰려와 소란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들은 재판 직후 “무죄 석방”을 외치며 재판부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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