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과의 스캔들로 구글을 퇴사한 뒤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사진) 전 구글 수석부사장이 결국 부활에 실패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이센셜은 12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영업을 중단한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폐업 소식을 알렸다. 이센셜은 지난 2014년 구글에서 퇴사한 루빈이 2015년 11월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루빈은 2002년 벤처기업을 창업해 안드로이드 개발을 추진하다 2005년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뒤 수석부사장직을 맡아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확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센셜은 “우리의 비전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요구에 원활하게 대응하는 모바일 컴퓨터 패러다임을 개발하는 것이었다”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우리는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길을 찾지 못했다”고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 중 누구도 이 스마트폰을 보급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루빈의 새 출발이 초반부터 나쁜 것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의 창시자라는 명성에 미국 아마존, 중국 텐센트 등 글로벌 거대기업은 3억3,000만달러(약 3,900억원)의 투자금을 들고 그를 찾아왔다. 기업 가치도 한때 1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7년 야심 차게 내놓은 첫 번째 스마트폰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스마트스피커 출시계획도 백지화됐다. 2년 넘는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10월 내놓은 새 스마트폰 ‘젬(GEM)’도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혹평 속에 아예 출시조차 못했다.
루빈의 성추행 관련 스캔들도 악재로 작용했다. 2017년 IT 관련 매체가 루빈이 구글에 있을 당시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 NYT도 2018년 10월 ‘구글이 루빈 전 수석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은폐하고 9,000만달러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구글과 루빈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구글 직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여론은 악화했다. 한편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센셜에 남은 현금 자산이 3,000만달러에 불과하며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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