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과 연관됐다고 추정되는 조직이 본인 스마트폰을 해킹한 데 대해 “북한은 대한민국 주요 기관이나 인사를 일상적으로 해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본인의 위치와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정보 접근이 불가하도록 이중·삼중으로 대비하면서 정의의 싸움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게 태 전 공사의 입장이다.
태 전 공사는 17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해킹 건을 통해 드러났듯 지난 몇 년간 저에게 있어 한국에서의 삶은 결국 김정은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연관됐다고 추정되는 해커 조직이 지난해 하반기 해킹 파일을 이용해 태 전 공사의 스마트폰을 해킹, 내부에 저장된 전화번호와 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등 개인 자료를 탈취했다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해킹 주체는 북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온 해킹 조직 ‘금성121(Geumseong121)’로 전해졌다. 이곳은 지난해 국내 외교·안보 당국자를 상대로 피싱 메일을 살포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지속해서 감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익히 알고 있는 해킹 위협이기 때문에 정보 가치가 있는 내용을 휴대폰에 남기지 않았다”며 “전화 통화 또한 철저한 보안 의식 아래 하는 등 남다른 보안의식으로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기·비정기적으로 보안 전문가와 상의해 대처하고 있다”며 그동안 북한의 해킹 시도에 꾸준히 대응해왔다는 점도 시사했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4·15총선에 나서는 태 전 공사는 앞서 14일 가명인 ‘태구민’으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12월 주민등록을 취득할 당시 북한의 추적을 피하고자 가명과 실제와는 다른 생년월일을 썼다. 이후 총선 출마에 따라 원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기 위해 개명을 신청했으나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가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됐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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