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노사와 정부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선원의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올해부터 공동으로 10억원을 출연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경사노위의 업종별·의제별 위원회 차원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11개월만에 처음이다.
경사노위는 20일 산하 해운산업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해운산업의 지속가능발전과 선원일자리 창출’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노사정 대표는 회의 직후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합의 선언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지난해 3월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등을 담은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낸 이래 처음이다. 그 동안 경사노위에서는 국민연금 개편 방안이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논의했으나 노사정 간 의견 차이로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경사노위 측은 이번 합의문에 선원일자리사업 시행 방안을 비롯해 화물 확대 및 신규 선박의 건조와 고용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고 전했다. 선원일자리사업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한국선주협회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각 5억원씩 출연해 총 10억원을 조성해 선원들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선주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면서 국내 선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며 일자리 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 선원들의 임금 격차는 최대 3,000만원에 이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차이를 선원일자리사업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보전하는 대신 내국인 선원을 고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사정은 화물의 확대와 국내의 고용 창출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전환해 가기로 했다. 이를테면 가스·원유 등 해외 전략물자를 구매해 들여올 때 계약 평가에 고용창출 효과를 지표에 포함하는 식이다. 새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투자사업에 지원할 대상을 선정할 때도 한국 선원의 승선율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신설키로 했다.
해운산업위원장인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이번 합의를 통해 줄어들던 국내 선원의 정규직 고용이 점진적으로 증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운산업 재건이 더욱 힘차게 추진될 것”이라며 “청년 선원들의 취업 기회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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