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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내 재판 담당 판사가 피고인?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 복귀





“내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면 과연 판결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헌법을 위반한 판사가 법률을 어긴 국민을 재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결국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볼 수 없어요.”(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을 일선 법원에 복귀시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이들이 관련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되자 지난해 3월 사법연구로 발령내고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사법연구는 판사가 재판 대신에 각종 사법 분야를 연구하는 직책으로 사실상의 무보직입니다.



복귀 대상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8명의 부장판사 중 7명입니다. 심상철(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이민걸(대구고법)·임성근(부산고법)·신광렬(사법정책연구원)·조의연(서울북부지법)·성창호(서울동부지법)·방창현(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오는 3월1일부터 일선 법원에 복귀합니다. 다만 지방으로 발령될 예정이었던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본인 희망에 따라 오는 8월31일까지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됐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통상 6개월 단위인 사법연구 기간이 장기화하고 판결 확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을 재판에서 배제하며 내건 명분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법관이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만으로 사법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식의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입니다.

복귀 결정이 내려진 판사 7명은 모두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신광렬·성창호·조의연·임성근 부장판사는 최근 잇따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민걸·심상철·방창현 부장판사는 아직 1심조차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라는 사안의 심각성과 사법개혁을 염원하는 국민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성창호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은 사상 최악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자 중범죄”라며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이들이 저지른 행위의 중죄성을 고려하면 업무 복귀는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1심 판결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임 판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위헌적인 행위는 있었고 징계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죄는 지었는데 처벌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논리에 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의연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사법부가 이들 법관을 감싸안겠다고 결정한 이상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 감봉, 견책뿐입니다. 판사가 파면되려면 헌법 106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거나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끝나려면 몇년이 걸리지 모르기에 국회 탄핵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탄핵돼야 마땅한 판사들이 현직을 유지하며 다른 이들을 재판한다면 그 판결을 누가 승복하겠는가”라며 “김 대법원장은 해당 법관들의 재판 업무 복귀 결정을 철회하고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사법농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은 대통령 탄핵과 기본적으로 절차가 같지만 기준은 더 느슨합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이어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관은 파면됩니다.

하지만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 일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지난 199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 안건으로 올랐으나 부결됐습니다. 2009년에는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폐기됐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각종 민생법안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만큼 법관 탄핵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물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판사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해당 법관에 대한 판결을 통해 ’헌법 위반‘임을 인정했고 이는 탄핵 사유”라며 “21대 국회가 주어진 책무를 다한다면 해당 법관은 파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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