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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기생충' 일본 관객 220만명의 의미

연승 문화레저부 기자





“‘기생충’이 일본에서 2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한국 영화 자체가 인정을 받고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시그널입니다. 한류스타 출연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최근 영화 ‘기생충’이 일본에서 30억엔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리며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본 영화 전문가 정지욱 평론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돌풍에 힘입어 ‘기생충’이 티켓 판매 40억엔, 일본 내 외국 영화 흥행 상위 10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국에서는 흥행한 일본 영화가 적지 않다. 2017년 ‘너의 이름은’에 367만 관객이 몰렸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특유의 감성을 담은 서정적 영화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껏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영화는 한류스타가 출연한 작품 정도다.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은 말할 것도 없고 한류스타 캐스팅이 아니면 뚫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은 한국 영화에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해 흥행 상위 10위 중 7편이 애니메이션이었을 정도로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인기가 높고 티켓값이 한국의 2배가량으로 비싸 영화 관람 자체가 많지 않다. 지난해부터는 한일 관계 경색까지 더해져 상황은 악화일로로 ‘수십 인치의 장벽’이 존재했다.



그런 와중에 ‘기생충’이 일본 시장을 뚫으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야기의 힘’이다. ‘기생충’은 친절하고 달콤하지도, 한류스타가 출연하지도 않는 불편하고 실험적인 영화다. 그럼에도 일본 시장이 영화에 응답한 것은 그동안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일본 관객들 역시 영화가 짚은 경제적 불평등, 계층 갈등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새로운 연출에 목말라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기생충’과 같은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그 답은 봉준호 감독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내놓았다. “‘기생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시나리오를 신인 작가가 영화화하려고 한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주류영화와 독립영화가 상호 침투해 좋은 의미로 다이내믹한 충돌을 내며 발전할 수 있는 활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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