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신천지가 내놓은 신도 명단에 문제가 있다며 강제수사 촉구와 고발 조치를 이어왔으나 현장을 총괄하는 방역당국은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법무부도 명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에 압수수색을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검찰은 방역적 관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신천지 측에 방역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던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정치적 행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개최한 오후11시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신천지 명단 의혹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 기준의 차이라든지 이런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대체로 신천지 측에서 제공한 정보를 크게 벗어나서 이렇게 나타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정리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와 대구·광주 등에서는 지자체가 자체 확보한 명단이 신천지 측이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한 명단과 차이가 있다며 고의 누락·은폐 의혹을 제기해왔으나 중대본부는 문제가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중대본부의 이 같은 설명은 신천지 측이 “전체 명단을 질본에 넘겼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신천지와 질본 측에서는 양쪽 명단의 차이에 대해 질본이 지자체에 명단을 넘길 때 미성년자를 제외한 것이 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 신도 주소지 기준으로 지자체에 제공했기에 다른 지역에서 해당 지자체의 교회로 나가는 신도는 질본 명단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신천지는 이날 경기 가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청과 질본에서 우리 데이터가 있는 곳에 같이 입회 하에 확인했다”며 “그것이 허위인지 아닌지 랜덤으로 확인을 다 하고 그 자료가 공식적인 자료라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도 밝혔다.
이날 중대본부는 지자체장들이 촉구해온 신천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은 “자칫 정부의 강압적인 그런 조치들로 인해 신천지 신자들이 음성적으로 숨거나 또 밝히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경우 오히려 방역에 있어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들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방역당국의 입장을 타진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을 전달받고 수사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최근 신천지에 대한 ‘수사 몰이’를 해온 것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명단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명단 제공자를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명단 의혹 등에 대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장들을 형법상 살인·상해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특히 박 시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호명하며 “이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신천지 명단 의혹을 거론하며 “불법사례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의 고발 또는 수사 의뢰가 없더라도 경찰·보건당국·지자체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압수수색을 비롯한 즉각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신천지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앞선 이들과 결을 달리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 혐오가 극심한 상태에서 고발조치로 정치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면서 “고발을 하면 적대관계를 조성해 방역 공조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썼다.
법조계에서는 신천지에 대한 수사 요건이 부족한데도 지자체장들이 수사를 무리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한 박 시장에 대해서는 “변호사 출신이 맞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신천지에 정치적 공세를 퍼붓다가 현장 전문가들에게 반박당한 모양”이라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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