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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엔 '침묵'하고 日에만 즉각 '반격'… 누적된 한일갈등 또 터져

■한국 "일본인 무비자 입국 중단"

100개 넘는 국가서 韓 빗장 거는데 유일하게 日만 제한

"대법 강제 징용 판결 이후 이어진 충돌 연장선" 분석도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 다른 악재 우려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기존에 발급된 비자의 효력이 정지된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6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의 한국인 입국규제 강화에 맞서 대응조치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6일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내놓은 맞불 대응은 이례적일 정도로 빠르고 강도 높은 수준이다. 범부처 협의가 필요한 만큼 당초 일러야 주말께 대응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 당일 즉시 강경 카드를 꺼냈다.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국가로부터 입국제한·금지 처분을 받는 동안 상호주의에 입각해 국가 단위로 입국제한을 건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우선 비자 제한과 관련해 “9일 0시를 기점으로 일본 비자 면제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한다”며 “비자 발급 과정에서 건강확인 절차가 포함될 것이며 추후 상황변화에 따라 건강확인서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이착륙 공항을 제한한 데 대한 상응 조치로 “재일한국인이 입국할 때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후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한일 노선이 많은 인천·김포·김해·제주 중에서 공항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만 즉각적으로 대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방역체계를 통해 감염병을 엄격하게 통제·관리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취약한 방역실태와 대응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 양국 정부 간 제8차 수출관리 정책 대화도 즉각 영상회의로 전환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간 추가 조치를 자제할 것을 수차례 촉구했는데도 충분한 협의나 사전 통보도 없이 부당한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도미타 대사는 이에 대해 “앞으로 1~2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 여부가 달린 중요한 시기”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5~6일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두세 차례나 청사로 불러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특정 사안을 놓고 같은 나라 대사관 관계자를 이틀 연속 불러들여 따진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교부는 나아가 이날 입장문에서 현시점을 ‘한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성과를 보이는 시점’으로 스스로 규정한 뒤 일본의 조치에 “방역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입국제한·금지 조치를 내놓는 동안 ‘방역 외의 다른 의도’를 언급한 대상은 일본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제재 조치 나라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더욱이 똑같이 방역능력을 갖춘데다 같은 날 일본보다 더 강도 높은 전면 입국금지 카드를 꺼낸 호주에는 기존 국가와 같이 의례적인 항의 입장만 전달해 더 뚜렷하게 대비됐다.

이는 중국 정부를 대하는 태도와는 180도 다른 차원이다. 한국 정부는 올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을 때도 입국제한 카드를 전혀 만지지 않다가 2월4일에야 이미 자국에서 봉쇄된 후베이성에 한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지난달 26일 김건 차관보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불렀을 때도 외교부는 “초치가 아니라 면담”이라고 해명했다. 이달 5일 기준으로 중국 17개 성이 역으로 한국에 입국제한 조치를 내리고 860명을 강제 격리했는데도 별다른 강경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이번 대응을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 이후부터 이어진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분석한다. 각종 스캔들과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카드를 꺼낸 가운데 한국 정부까지 이를 맞받아치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일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불거진 ‘수출규제-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갈등처럼 한일 양국이 코로나19까지 자국의 정쟁 요소로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충돌로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진 뒤까지 한일관계가 악화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일본이 내놓은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우선돼야지 ‘다른 의도’ 등과 같은 말을 외교 당국자들이 해서는 안 된다”며 “(그래 놓고) 일본과 같은 조치를 취하면 우리 정부도 우스운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한일관계는 한·호주 관계와 다르다”며 “일본이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했으니 상응 조치는 당연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수출규제를 원상복귀해 달라고 수차례 제안했음에도 일본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입국까지 막으니 청와대가 격앙된 게 아닌가 싶다”며 “(그동안) 쌓인 것이 많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한일관계가) 아예 냉각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윤경환·허세민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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