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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방법' 정지소 "배우 말고는 상상도 못해, 죽을때까지 연기 하고 싶어요"
정지소/ 사진=IOK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첫째딸, 곧이어 드라마 주연까지. 언뜻 보면 정지소는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데렐라’다. 그러나 8년 전 단역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이야기들 들어보면 이 배우, 무척이나 단단하다.

정지소는 tvN ‘방법’에 무척이나 욕심이 났다. 오디션에서 보여줄 연기를 위해 대본을 통으로 외웠고, ‘삭발을 할 수 있냐’는 김용완 감독의 말에 주저 없이 “네”라고 답했다. 결국 백소진 역에 오른 3명의 배우 후보 중 만장일치로 합격, 당당히 주인공으로 합류하게 됐다.

“이 작품에 욕심이 엄청났어요. 오디션 끝나고 합격 통보 받기 전까지도 대본을 볼 정도로 욕심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별말씀이 없으셔서 포기상태에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소진이의 에너지를 느끼셨다면서 한 번 더 부르셨고, 연기, 대사 등 이런저런 것들을 시키셨어요. 집에 가보니 오디션에 합격됐다고 통보 받아서 엄청 기분이 좋았죠.”

정지소가 연기한 소진 캐릭터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한자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 방법사다. 그는 오디션 전날까지 미드(미국드라마)나 해외 영화를 참고해 연습했다. 영화 ‘렛미인’ ‘패닉룸’과 배우 다코타 패닝,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보며 백소진 만의 느낌을 만들어냈다. 정지소의 노력과 ‘절실함’이 더해져 ‘방법’에 합류할 수 있었다.

“‘기생충’ 찍기 직전 까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생활을 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작은 역할들만 해왔어요. 그 역할들을 할 때마다 주인공 분들 옆에서 연기하는데, ‘나도 언젠간 주인공이 돼야지’라는 말을 마음 속에 간직했죠. 정신차려보니 ‘기생충’을 찍었고 생각보다 저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시더라고요. ‘아 내가 여기서 정말 잘해야 내가 꿈 꿔왔던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딱 드라마 주인공 오디션이 저에게 왔고, 전 절대 그걸 놓칠 수 없었어요.”

정지소/ 사진=IOK엔터테인먼트


그는 피겨스케이팅 유망주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정지소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우가 아닌 연예인의 꿈을 품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한 그는 ‘아이돌을 했을 법도 하다’는 말에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하셨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몸이 약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방학특강으로 스케이트장에 갔어요. 수많은 친구들이랑 섞여서 레슨을 받는데 선생님이 저보고 ‘소질 있는 것 같다. 한 번 시켜보라’고 하셨죠. 그 말 한마디에 중학교 1학년때 까지 피겨스케이팅 생활을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어요. 너무 오랜 기간 하다 보니까 포기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연예인의 꿈을 가진 저는 처음에 아버지한테 말했지만 여태까지 해왔던 게 있어서 안된다고 하셨어요. 한번 꽂히면 끝을 봐야 되는 성격이라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오디션 알아보고 운 좋게 연기자의 길에 입문하게 됐어요.”

‘방법’에는 베테랑 배우들과 스타 제작진이 참여했다. 성동일, 조민수, 엄지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1000만 영화 ‘부산행’의 감독 연상호가 극본 집필을 맡아 초특급 라인업이 완성됐다. 정지소는 작품에서 10대 방법사의 묘한 분위기와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캐릭터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방법사 역할이 처음엔 어려웠어요. 조민수 선배님은 파워풀하게 움직이며 굿 장면을 완성하셨는데, 저는 펜 하나만 잡고 부들부들 떨어야 했으니까요. 생각을 많이 해봤죠. 소진이는 소진이만의 분위기를 살려야 겠다, 선을 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했어요. 특히 선배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제 캐릭터가 어려우니까 한번 씩 막힐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성동일 선배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말도 안했는데 그걸 콕 찝어서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조민수 선배님, 엄지원 선배님도 항상 옆에서 힘이 돼주셨어요. 연기가 리듬이잖아요. 제가 리듬을 잘 탈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처음엔 선배님들에게 다가가는 게 어려웠지만, 끝날 때는 엄마아빠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애처럼 울기도 했어요.”

정지소/ 사진=IOK엔터테인먼트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정지소도 애청자들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링 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소진이 빨간 후드 좀 갈아 입혀라’ ‘촬영하라 해놨더니 엄지원 정지소 연애하고 있네’ 등을 꼽았다.

“실제로도 지원 선배를 일방적으로 졸졸 따라다니고 질투했어요. 두려움의 존재가 따뜻하게 다가오면 엄청난 존경의 대상이 되잖아요. 지원 선배님이 남편 역할의 정문성 선배님이랑 한 번씩 대화하실 때 마다 서운했어요. 두 분이 앉아계시면 괜히 가운데로 파고들어서 앉았어요. 또 귀걸이 때문에 귓불에서 피가 났는데, 괜히 ‘피났다’고 말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웃음)”

정지소의 실제 모습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영락없는 22살 소녀였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줬던 어두운 느낌은 온데간데 없었고, ‘여자인 척 잘 못해요’라며 털털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본인이 ‘똘끼’를 가지고 있다며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다중인격 적인 면이 있어요. 친구들이 저를 부르는 별명이 ‘다중인격’ ‘정지소의 20가지 그림자’ 등 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인격이 많아요. 그래서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차기작은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로맨스도 하고 싶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드라마 ‘드림하이’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말도 탈줄 알고,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피겨스케이팅 선수에서 배우로, 단역에서 주연으로. 22년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고 꿈까지 이뤘다. ‘배우를 안했으면 뭘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지소는 “상상도 못해봤다. 배우가 안됐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새로운 시작을 다시 맞은 정지소가 배우로서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기생충’ 이후 마음도 들뜨고, 신기하고, 아직 내가 이렇게 관심을 받아도 되나.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배우로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들었어요. ‘방법’ 이후에는 관심 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죠. 또 사소한 꿈이지만 동생이 학교에서 자랑하고 다닐 수 있는 자랑스러운 누나가 되고 싶어요. 배우도 절대 포기 못해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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