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등교 없는 ‘온라인 개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처럼 유치원·초중고교도 학기는 시작하되 집합수업 없이 각 가정에서 수업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학교 원격교육 지원을 위한 관계기관 원격업무 협약식(MOU)’에 참석해 “4월6일 개학의 방식에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을 병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4월6일 등교 개학이 정상적으로 실시된다고 해도 특정 지역이나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 등에서는 집합수업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교 개학을 전제로 하되 일부 지역 및 학교 등 특정 상황에 대응해 온라인 개학을 병행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학 연기가 중장기화될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각 가정에서 수업을 받는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집합수업을 대신해 고려될 수 있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중장기화 시 9월학기제 등의 도입 없이 학기는 시작하되 각 가정에서 수업을 받는 온라인 개학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격수업 강화를 위해 교육부는 이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원격수업 지원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원격수업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수업으로 인정하는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라인 수업을 대면 수업처럼 법정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이수단위)로 인정하는 데 필요한 요건 등의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말 낸 ‘코로나19 각종 학교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서 학교수업 시간표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이 요구되는 ‘휴업 장기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3차 휴업에 해당하는 4월20일 이후를 잡은 바 있어 이 시점을 전후해 온라인 전면 개학이 고려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하면 출결·피드백 등 학급관리는 가능해진다. 하지만 KERIS의 동영상 콘텐츠들은 수업보조 수단으로 출발해 3~5분 내외의 핵심 개념 설명이 대부분이라 이것으로 수업이 이뤄졌다고는 보기 힘들다. 또 주요 5개 과목만 제공해 현재 교원 등을 대상으로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EBS는 전 학교·과목을 대상으로 40분 길이의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접속자 폭주로 이미 두 차례나 서버가 다운된 바 있다. 중학교 3학년 국어의 경우 준비된 콘텐츠는 총 89편으로 주당 2~3회 수준이어서 학교 수업에 대응할 만큼의 분량이라 보기는 힘들다. 이러면서도 지난 교육부 추경에는 대학,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등을 제외한 각급 학교 온라인 지원 예산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초중고 클라우드 네트워크 플랫폼 등을 통해 온라인 재택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 등에 비해 우리의 원격수업 현황은 크게 뒤져 있다”며 “원격수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예산 및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