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원한 학원을 위해 특례 보증 대출을 지원했지만 학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들은 강사 인건비와 임대료 등 직접 자금 지원을 요구하며 정부의 구상권 청구 경고를 무릅쓰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휴원증명서 발급을 신청한 학원·교습소는 460곳이었다. 강서·양천에는 목동을 중심으로 3,320여곳의 학원·교습소가 밀집해있다. 해당 지역 전체 학원·교습소 중 14%만 휴원증명서를 신청한 셈이다.
같은 기간 상계동 학원가를 관할하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는 관내 2,100개 학원·교습소 가운데 단 9%인 194곳이 휴원증명서를 신청했다. 잠실이 속한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는 3,200곳 중 13%인 411곳이 신청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1개 지원청 중 첫날 50건이 접수된 곳이 있는 반면 20건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면서 “갈수록 신청이 줄고 있어 필요한 학원은 대부분 신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 상황도 비슷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 산하 5개 지원청에 들어온 휴원증명서 신청 건수는 지난 25일 오후 4시 기준 약 700건으로 인천 학원·교습소 5,528곳 가운데 13%에 그쳤다. 교육열이 높은 청라와 송도가 있는 서부지원청과 동부지원청에는 각각 200건 이상씩 접수된 반면 북부·남부·강화지원청에 접수된 신청은 모두 100건 이하였다.
NH농협은행은 교육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지난 20일부터 학원 특례 보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학원이 교육부 휴원 권고로 지난달 4일 이후 총 5일 이상 휴원했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을 거쳐 대출이 이뤄진다. 2% 중반 변동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또 학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을 통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때도 휴원증명서가 필요하다. 경영안정자금은 1.5% 고정금리로 7,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원래는 소진공 센터를 방문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는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학원의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며 매출 감소 증빙 대신 학원증명서를 발급받도록 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을 통해 지난 19일부터 휴원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처럼 휴원증명서 신청 실적이 저조한 것은 학원이 특례 보증 대출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휴원 권고로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상황에서 대출 이자를 부담할 여력마저 없다는 것이다. 이자 부담이 낮은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의 경우 대출 실행까지 2개월이나 걸리고 대출 거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학원들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를 감수하고서라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학생들을 속속 등원시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42.1%이던 서울 학원·교습소 휴원율이 25일 15.4%까지 떨어졌다.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특례 대출을 지원해준다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또 다른 빚”이라면서 “정부는 운영난에 처한 학원업자들을 위해 강사 인건비와 임대료 등 손실 일부를 금전 지원하는 등 합리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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