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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코로나19 감염, 미국이 넘버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 확진자수 20만명 '세계 1위'

금융위기 이상 경제한파 가능성

필수의료장비 공급 최선 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재정지원 지속

수단 총동원 인명피해 최소화를





믿기 힘든 일이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소리만 요란한 ‘공포탄’이라며 묵살했다. 2월26일 트럼프는 “국내 확진자는 단 15명뿐이고 감염 건수는 15일 이내에 제로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제 미국의 확진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섰지만 선별 검사가 아직도 제한적으로 이뤄져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확진자 수만으로도 미국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코로나19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경제부터 짚어보자. 지난주 30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기록적인 숫자다. 하지만 여기에는 실업수당 청구자격을 갖추지 못한 실직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2009년의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당시 실직자 수는 ‘고작’ 월 80만명 정도였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부인과 지연으로 일관한 트럼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당연히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에 밀리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아직도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세 가지다. 첫째, 필수 의료장비가 꼭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수 의료장비란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비에서 중증 환자들을 위한 산소호흡기·검사키트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코로나19의 위험을 부인한 트럼프 탓에 소중한 몇 주일을 날려버렸고 결과적으로 수천명의 미국인이 불필요한 죽음을 맞게 될 위험에 처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전면적인 압박수비를 펼친다면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는 국내 업체들을 동원해 위기상황에 대처할 필수 물자를 생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방위생산 명령권 발동을 거부했다. “우리는 발송직원이 아니다”라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유였다. 우리는 그가 발송직원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곳으로 자원을 보내는 교통경찰이다. 전시에 연방정부가 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개인 간 접촉을 줄여 바이러스 확산을 둔화시켜야 한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상당수 주 정부가 비필수적 업소 폐쇄와 집회 금지, 자택 대피령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조치들은 시행 초기 단계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도 트럼프만큼이나 무책임하다. 예를 들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거듭된 우려의 목소리에 불구하고 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로 붐비는 플로리다 해변의 폐쇄를 거부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을 둔화시키기 위한 필수 조치들은 부분적 시행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는 거꾸로 가는 ‘역주행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세 번째 일이 나온다. 불가피한 경기 위축에 맞서 가정과 기업에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폭발적 증가세는 이번 위기가 전통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보다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유도한 혼수상태에 가깝다. 상원이 통과시킨 2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사람들은 이를 계속 ‘경기부양법’이라고 부르지만 그보다는 재난구제법이라 불러야 맞다. 개인에 대한 현금지급, 실업수당 확대, 병원 및 피해가 심한 지역에 초점을 맞춘 의료지원, 대기업 긴급구제와 중소기업 지원 등 핵심 내용만 살펴봐도 재난피해 구제에 방점이 찍힌 것을 알 수 있다.

이 법은 완벽하지 않다. 특수 이익단체들이 남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까지 트럼프와 수하들이 입에 올리던 부양책보다는 백배 낫다. 그러나 부양책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엄청난 인명피해는 막지 못한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일선 병원들은 병상과 필수 의료장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미국의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의 상태다.

비극적인 사실은 숱한 사람들이 트럼프의 잘못된 지도력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전문지식을 경멸하고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지금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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