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함에 따라 집값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정부 정책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여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 확보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의 과세 강화 정책은 물론 3기 신도시 건설, 분양가 상한제 등의 기존 정책들도 차질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하락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총선 후 일부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다주택자들의 실망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종부세 개편안 이달 말부터 논의…여당 약속한 ‘1주택자 배려’ 가능성은?
거대 여당의 출범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더욱 속도감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이달 말 열릴 임시국회에서 12·16대책으로 발표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 방안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다음 달 말에 종료되는 만큼, 최대한 그 때까지 법안 처리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12·16대책의 강화된 개정안에 맞춰 올해부터 보유세가 부과되려면 보유세 과세일인 6월 1일 이전에 입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상향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약속한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방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미 12·16대책에는 만 60세 이상 1주택자의 종부세 세액공제율을 종전 10∼30%에서 20∼40%로 올리고,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의 합산 공제율 상한을 기존 70%에서 80%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고령자 종부세 완화 방안이 담겨 있는데 추가로 세부담을 덜어줄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12·16대책 이미 고령의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방안이 있어서 원안대로 갈지, 그 이상의 추가 완화 방안이 나올지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종부세 개정안 합의가 지연될 경우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의 가격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할지도 관심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로 현재 강남권은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강북 지역에서도 종부세 대상 주택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남권과 용산, 성남 등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은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고가주택의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자는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종부세 대상이나 고가주택 기준 상향 문제는 종부세는 물론,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세수 증감 문제가 얽혀 있어 단기간내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3기 신도시 ‘탄력’, 전월세 신고제·상한제 등 추진…토지공개념 논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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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고양 창릉지구 신도시 철회 이슈로 맞붙은 고양정 지역구에서도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앞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양정은 그간의 부동산 규제를 진두지휘한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였다.
여당의 총선 공약인 청년주택·신혼부부 주택 10만호 공급계획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다만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건설 계획 등 주거복지로드맵의 내용과 상당 부분 중복돼 기존 정책 내에서 확대,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 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규제도 계속된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 여파로 당초 이달 말부터 시행 예정이던 정비사업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를 7월 말로 3개월 연기한 바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코로나 확산 추세를 고려해 상한제 시행을 6개월간 연장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추가 연장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월세(임대차)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과 국토부는 지난해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일정 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국토부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불발되면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할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전셋값 추이를 봐가며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임차인 보호와 임대소득 과세를 위해 이들 ‘3종 세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력한 대출 규제나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도 변함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 총선후에도 코로나발 집값 약세 지속…실망 매물 추가로 늘 수도
전문가들은 총선 후에도 코로나 사태로 시작된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남은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풍선효과가 나타나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까지 급매물이 등장해 집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총선 결과보다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후폭풍의 정도가 향후 집값을 좌우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절세 매물이 나오는 5∼6월까지 약세가 불가피하고, 경제 여건에 따라 하반기에도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도 “당분간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코로나 확산 추이에 따라 집값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에 따라 재건축이나 대출, 종부세 등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수요자들이 실망 매물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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