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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유연화-사회안전망' 두 바퀴로 가야

[文대통령 취임 3주년]

文정부 남은 2년, 이것만은 하자 <상>-노동개혁

코로나 영향 선택근로 확대 필요하지만 노동계 눈치만

文 공약 직무급제 도입도 합의 실패...노동유연화 요원

전문가들 "해고 요건 완화-재교육 병행 노동개혁 시급"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0일 코로나19에 대응해 재택근무제를 모범적으로 시행 중인 서울 마포구 대학내일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는데도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한 달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정산기간이 한 달을 초과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계 단체의 요구가 아니다. 지난달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서 유연근로제 모범기업으로 선정된 대학내일의 관계자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에게 건의한 말이다. 대학내일은 연장근로에 따라 보상휴가가 자동 정산되고 30분 단위로 휴가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제도다.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이 한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내에서 선진적인 시스템을 운영해도 장기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경제가 전시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재계가 요구하는 노동유연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노동유연화 공약인 직무급제마저 헛도는 상황에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기존의 ‘친노동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제체질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선도형 경제 달성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현재를 ‘경제 전시상황’으로 정의하고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산업 등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을 앞장서 견인하는 ‘선도형 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개혁 방안은 ‘재교육, 노동유연화,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모범답안이 이미 나와 있고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도 이는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노동유연화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전 국민 고용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이라는 사회안전망 강화에만 치중했다. 집권 후반기에도 사회안전망 강화에 방점을 찍고 노동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노동제도에 유연성을 줘야 한다”며 “고용안전성 강화는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노동규제를 유연하게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수레의 양 바퀴처럼 서로 잘 작동돼야 둘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택근무·시차출근 등 시간·장소에 자유로운 근로형태에 대한 실험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진행됐지만 유연근로제 개혁은 요원하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재계는 탄력근로제는 제조업에 적합한 제도로 사무직 등에 유연근로제가 폭넓게 정착되려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단기처방도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인 제도 변화는 더욱 먼 과제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경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일자리도 많이 없어질 거라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해주는지, 또 옮겨갈 수 있을 때까지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가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급제 등 사내 노동유연화와 재교육 및 해고요건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전체적 조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노동유연화’를 재계가 요구하면 노동계와 정치권이 뭇매를 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월 해고요건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의 입법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런 처참한 상황을 이용해 한몫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등 여당의 공세를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노동유연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급제 도입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뒤 헛돌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180석을 가져가면서 국정동력을 얻었다면 이제는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압도적 다수를 갖고 있는데도 노동계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노동계와 대통령의 입장이 동일하다는 것인데 앞으로 기업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도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며 “기본적 경제체질을 바꾸려고 한다면 노동규제 역시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장시간 근로 관행의 개혁을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변화로 이끌어낸 일본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도로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일하는 방식 개혁’은 광고회사 덴쓰에서 잔업에 시달린 신입사원의 추락사로 시작됐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고소득 이그젬션(연봉 1,075만엔을 초과하는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까지 포함하며 재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변재현기자 이희조·김태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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