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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초미의 관심사' 투박하지만 사랑스럽다 이 모녀

/사진=‘초미의 관심사’ 스틸




“무슨 미친 조합이야? 미친 사람들 동호회야?”

그렇다. 언뜻 보면 미친 조합에 미친 사람들 동호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 이 미친 조합을 비틀어 바라보지 않고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바라본다.

‘초미의 관심사’는 물과 기름 같은 두 모녀의 막내 찾기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고 있는 순덕(김은영)과 10년째 별거 중이었던 엄마(조민수)가 가게 월세와 비상금을 들고 튄 막내를 찾기 위해 단 하루 손잡고 이태원 뒷골목 방방곡곡을 누빈다. 함께 다니면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여러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말할 수 없었던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된다.

작품은 모녀가 막내를 추적하는 이야기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짙은 화장에 빨간 가죽코트를 입고 등장해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 엄마와 숏컷트에 회색 머리를 한 카리스마 넘치는 딸. 애증의 관계인 두 사람은 이태원을 누비면서 단절됐던 과거를 뒤엎고 서로를 보듬기 시작한다. 여기에 막내 유리를 쫓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을 잡으면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작품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이태원에서 오해만 쌓아놓은 모녀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만나 편견과 차별의 문제에 직면한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트랜스젠더, 게이 커플, 타투샵 싱글맘, 외국인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편견의 대상이 된 인물들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형형색색의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살짝 숨겨뒀다.

/사진=‘초미의 관심사’ 스틸




연기에 첫 도전하는 김은영은 기대 이상이다. 초반 엄마 캐릭터 조민수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특유의 빠른 호흡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자연스러움을 찾는다. 과하지 않은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고 담백함을 유지해준다. 조민수는 과격하고 악 지르는 엄마 캐릭터로 나오지만 중간 중간 사랑스러운 매력이 엿보이면서 두 모녀의 조합을 쫀쫀하게 만든다.

OST 역시 수준급이다. 김은영이 래퍼를 넘어 재즈 가수로서의 모습까지 보여주는데,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 김은영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찐득한 재즈 음악은 영화의 낭만과 풍성함을 가득 채워준다.

이야기 이음새가 다소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코로나19로 헛헛한 이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이태원에서 불금을 즐기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대리만족을 줄 듯 하다. 가슴 한켠에 있던 편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것도 좋다. 27일 개봉.

/사진=‘초미의 관심사’ 스틸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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