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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미래 바꾸는 10년간의 대서사시, NH투자증권의 '파크원' 베팅

여의도 초고층 338m 오피스 들어서는 새 랜드마크 ‘파크원’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NH투자증권과 파크원의 인연

통일교 내부 알력다툼과 소송으로 6년간 흉물로 방치

IB 업계 대표하는 정영채 대표에게도 만만치 않았던 파크원

여의도 새 판 짜고 글로벌 도약 꿈꾸는 NH투자증권

싱가포르계 ARA, 타워2 운용사 유력

파크원이 준공되면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왼편 파크원과 오른편 IFC는 지하로 연결될 예정이다. /사진=고병기기자




여의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치고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아시아 금융 중심지를 두고 경쟁하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와 비교해도 뭔가 부족해 보였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여의도는 건물 최고 높이가 45m로 제한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을 주고, 대형 증권사들이 몰려 있는 동여의도의 건물들도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로 증권가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때 초고층 빌딩의 대명사였던 63빌딩이 있지만 홀로 떨어져 있어 뭔가 외로운 느낌을 자아내고,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준공된 국제금융센터(IFC), 전경련회관(FKI타워) 등이 초고층 건물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여의도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키기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랬던 여의도의 모습이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됐던 파크원 준공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파크원 준공에 이어 옛 MBC부지 개발까지 완료되면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확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초고층 338m 오피스 들어서는 새 랜드마크 '파크원'


파크원에는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다. 부지 면적 4만 6,465㎡에 조성되는 파크원은 오피스 2동, 리테일 시설, 호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타워1의 높이는 338m로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IFC3(284m) 보다 50m 이상 높고, 연면적은 21만 3,954㎡ 여의도에서 가장 넓은 FKI타워(16만 8,506㎡) 보다 5만㎡ 가까이 크다. 오피스뿐만 아니라 리테일과 호텔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리테일은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선다. 또한 호텔은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페어몬트호텔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 파크원 /사진=고병기기자


이처럼 파크원은 여의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파크원은 2007년 착공을 시작했으나 공정률이 20~25% 정도 진행된 2010년 10월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사업주체인 Y22프로젝트파이낸싱인베스트먼트와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재단 사이에 지상권설정 관련 소송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후 파크원은 6년여 동안이나 흉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랬던 파크원 프로젝트는 NH투자증권의 과감한 베팅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NH투자증권은 2016년 7월 파크원 시행사인 Y22와 금융자문 및 주선 계약을 맺고 사업에 참여했으며, 2016년 12월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를 비롯해 새마을금고, 지방행정공제회 등 34개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총 2조 1,0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했다. 특히 자금 조달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발을 빼면서 모자란 2,000억원의 자금을 NH금융지주가 나서서 메우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전문 인력의 NH투자증권 이직을 둘러싼 논란과 통일교에 대한 우려 등으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파크원 투자 안건이 부결됐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NH투자증권과 파크원의 인연


국내를 대표하는 큰 손인 국민연금마저 발을 뺀 프로젝트지만 NH투자증권이 과감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금융사 중 누구보다 파크원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과 파크원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 파크원 부지는 통일교재단이 1980년대에 세계선교본부를 짓기 위해 전 세계 신도들의 돈을 십시일반 모아 사들인 땅이다. 이후 통일주차장 부지로 사용되다가 2007년 파크원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셋째 아들인 문현진 씨가 말레이시아 법인 APD 등을 통해 100% 출자한 시행사 Y22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후 2008년 미래에셋금융그룹이 Y22 지분 49%를 인수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타워2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부에서 60% 자금을 조달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40%를 조달해 부동산펀드로 타워2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은 캐피탈콜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했는데 2008년 2월 에쿼티 800억원을 납입하고 9월에 2차로 납입할 예정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됐다. 이에 Y22는 통일교가 말레이시아법인을 통해 소유하고 있던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부지를 팔아 미래에셋에 돈을 갚고 당시 PF주관사였던 하나금융그룹은 타워2 재매각을 추진한다. 2009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이 바로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과 제이알투자운용이다. 당시 우리투자증권과 제이알투자운용을 리츠를 통해 타워2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두 회사가 짝을 짓게 된 것은 우리투자증권이 제이알투자운용의 주주였기 때문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당시 IB대표로 파크원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파크원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사업 재개가 어려워 보이던 프로젝트에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한다고 하자 리파이낸싱이 일어났고 하나 측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배제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통일교 내부 알력 다툼과 소송으로 6년간 흉물로 방치
이후로도 파크원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통일교 내부 갈등이라는 리스크 때문이다. 파크원은 2010년 10월 고(故) 문선명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 씨를 중심으로 한 통일교재단이 지상권 계약 해지 소송을 걸었다. 통일교 신도들을 위해 매입한 땅인데 지상권 설정으로 99년간 통일교 신도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2014년 8월 시행사가 최종 승소했지만 그동안 파크원은 녹슨 뼈대만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방치되어 여의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커녕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남아 있었다. 초창기 파크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파크원이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생변수와 통일교 내부 알력 싸움이라는 내생변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크원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초창기 참여했던 외국계 시행사 스카이랜디벨롭먼트의 폴 로저스 회장도 발을 뺐다. 참고로 폴 로저스 회장은 파크원을 설계한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의 친인척이기도 하다. 이후 파크원은 문현진 씨가 지배하는 회사인 아시아자산신탁과 아시아자산운용이 관리하다가 2016년 NH투자증권이 뛰어들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파크원은 과거 미래에셋부터 시작해 2014년 소송이 끝난 후에는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KB금융그룹 등 국내 굴지의 금융사들이 도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금융권에서도 보수적인 문화로 잘 알려진 NH가 이처럼 리스크가 크고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정 대표가 파크원 프로젝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IB를 대표하는 정영채 사장에게도 만만치 않았던 프로젝트




국내 IB업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히는 정 대표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파크원 프로젝트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기존에 삼성물산이 시공했던 부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새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 실사 결과 기존 구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 모집이었다. 2조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큰 과제였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투자를 검토했을 정도로 기관들의 관심이 큰 프로젝트였지만 한편으로는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과 시행사는 2006년 3월부터 7월까지 매주 한 번씩 아침 7시 반에 만나 미팅을 가지며 해결 방안을 찾아나갔다. 정 대표는 “종교 문제로 인해 공사비 2조 1,000억원을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를 한국에서 찾기가 어려웠다”며 “처음에는 돈을 모으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종교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PF 시장의 대표적인 큰 손 두 곳을 제외하고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제공=NH투자증권


투자자들과 NH투자증권이 프로젝트를 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었다. 한 예로 한 기관투자자는 상업시설 투자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오피스에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오피스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졌지만 상업시설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기관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 밑그림을 그렸다. 롯데·현대·신세계·GS등 국내 굴지의 상업시설 운영사들을 만나보고 입찰을 붙여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현대백화점을 상업시설 운용사업자로 선정했다. 현대백화점이라는 확실한 임차인을 유지하면서 NH투자증권은 6,000억~7,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포스코건설이 타워1을 3년간 책임임차하고, NH투자증권이 타워2를 3.3㎡당 1,400만원대인 7,200억원에 매입확약하기로 하면서 자금 조달 성공 가능성을 더 높였다. 정 대표는 “최악의 경우 여의도 새 빌딩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지 계산해봤더니 3.3㎡당 1,600만~1,700만원 정도로 나오더라”며 “과거 미래에셋에서 3.3㎡당 1,800만원대에 매입을 하려고 했는데 10년이 지났는데 그 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입확약을 하면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당시 브룩필드의 IFC 인수를 보면서 파크원 성공 가능성에 더 확신을 가졌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파크원 타워2 매각 입찰에 참여해 인수자로 결정됐다. 현재 사옥을 매각해 자본을 효율화하고 파크원 투자와 입주를 통한 밸류애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내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도 파크원 이전을 희망해 NH투자증권은 내년 초 본사를 타워2로 이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파크원은 갑자기 뛰어든 프로젝트가 아니라 10년 동안 작업을 진행하면서 실물 자산 투자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지하철을 타고 당산철교를 건너며 바라본 여의도 /사진=고병기기자


여의도 새판 짜고 글로벌 도약 꿈꾸는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그리는 큰 그림은 파크원이 끝이 아니다. NH투자증권은 파크원을 중심으로 여의도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현재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모두 발을 들여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신영,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크원 바로 옆 옛 MBC 부지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MBC 부지는 1만 7,795㎡의 부지에 오피스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2022년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계열사인 NH농협생명과 함께 IFC에 대출로 5,000억원을 투자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3곳에 모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파크원과 IFC, 그리고 옛 MBC 부지는 향후 지하로 연결될 계획이다. 파크원의 경우 애초 여의나루역과 연결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으나 IFC와 연결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해 여의나루역을 포기하고 IFC를 통해 여의도역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이 파크원과 옛 MBC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두 프로젝트도 지하를 통해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향후 인근 삼부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에도 적극 참여해 여의도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크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면서 대체투자시장에서 NH투자증권의 영향력도 커졌다. 정 대표는 “파크원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업성 분석부터 시작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 조달 구조와 각 건물별 금융구조를 새로 짰으며 최종적으로는 사옥을 팔고 타워2 입찰에서 들어갔다”며 “금융주선자이며 투자자로 참여한 대체투자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크원 덕분에 MBC와 서울스퀘어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조단위 딜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의 파크원 베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NH그룹의 보수적인 이미지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파크원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부동산투자회사인 ARA가 NH투자증권이 인수하는 타워2의 운용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협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최종 사인만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ARA가 타워2의 펀드 운용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ARA는 서울스퀘어 인수 때도 같이 참여한 바 있다. 한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ARA와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노리는 NH투자증권 두 회사가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면서 윈윈하는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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