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후원금 부실운용 및 안성쉼터 고가 매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또 한번의 수요시위가 열렸다. 정의연은 그간의 운동 방식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에 대한 비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27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시위는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용수 선생님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다”며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25일 두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모금을 왜 하는지도 몰랐다”며 “30년 동안 (정의연에) 이용만 당했다”고 울분을 토한 바 있다. 이러한 이 할머니의 발언에 대해 이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해결이 지연된 근본 원인을 스스로를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제발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일각에서 배후설을 제기하는 등 할머니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를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나아가 이 이사장은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고, 일본군 성노예제의 실태를 알리고 스스로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30년이란 세월을 딱 그만큼 후퇴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이 할머니의 최초 기자회견 후 세 번째로 열린 이날 시위에는 지난 두 번의 시위와 마찬가지로 많은 정의연 지지자가 참여했다. 50여 명의 지지자는 시위 시작 30분 전부터 “언론개혁,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촬영하던 한 언론사 취재진을 향해서는 “촬영하지 말고 나가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 장소 옆 길에서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또한 열렸다. 맞불집회에 참여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윤미향과 김삼석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라”고 소리쳤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는 26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할머니의 별세로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7명으로 줄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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