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주로 인용하는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의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11일(현지시간) CNN에 “만약 미국이 9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증가세를 막을 수 없다면 10월과 11월, 그리고 그 이후에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현재 11만3,000여명인 코로나19 사망자가 10월1일까지 16만9,89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29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25일 ‘메모리얼데이’ 연휴 이후 환자가 42% 폭증했고 플로리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도 지난 한 주간 확진자가 30% 이상 증가했다.
“증시는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와
통화정책이 2차 유행 상쇄 못해”
연준도 “V자 없다” 부정적 평가
이 같은 소식은 이날 증시를 강타했다. 경제활동 재개로 ‘V자 반등’에 기대를 걸었던 증시가 암초를 만난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코로나19 2차 유행에도 셧다운(폐쇄)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은 경제활동 재개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노동시장이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일터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터라 파괴력은 더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적어도 하루는 현실이 월가의 희망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댄 데밍 KKM 파이낸셜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 상승과 연준의 암울한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증시는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왔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드뷔세르 에버코어 ISI의 거시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의 우호적인 통화정책도 코로나19 2차 유행을 상쇄할 수 없다”며 “기업 순익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증시는 버블이며 이것은 눈물 속에서 끝날 것”이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준 보유자산 8주만에 25%↑
부양책이 주가 더 끌어올릴것”
백신 개발·실업률 등이 관건
하지만 낙관론을 펼치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날 움직임을 일시 조정으로 본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투자책임자 로리 헤이넬은 “경기부양책이 주가를 지금보다 높일 것”이라고 했고, 파이퍼 샌들러의 크레이그 존슨 시장 기술자는 “지금은 단기적인 후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살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내년에도 경제활동 재개가 계속되면서 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번 사태 때 연준의 보유자산은 8주 만에 25% 넘게 늘었는데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년 동안 증가한 것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장 마감 후 다우지수 선물이 300포인트 이상 오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출시와 실업률 추이, 추가 부양책이 경기와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모더나가 7월부터 미국에서 3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백신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가 8월, 존슨앤존슨(J&J)이 9월에 3상에 돌입한다. 지금으로서는 백신의 효능과 대규모 생산 가능성에 의문이 있지만 개발 자체가 시장에 주는 안도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업도 관건이다. 이날 나온 지난주(5월31일~6월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54만건으로 시장 전망치(155만건)를 밑돌았다. 최소 2주간 실업수당을 연속으로 청구하는 건수도 33만9,000건이 감소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새로 내리는 비(신규 청구)의 양이 줄었지만 여전히 댐에는 물(실업자)이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경기부양책도 변수다. 월가에서는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악관과 민주당·공화당이 힘을 합쳐 추가 지원책을 내놓으려면 증시 하락폭이 더 커져야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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