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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박원순의 어색한 용산 침묵

권구찬선임기자

용산 통개발구상 밝히고 눈치보다

국토부 8,000가구 베드타운 '알박기'

저울질할수록 정략적꼼수 비판 직면

대권잠룡 박시장의 '그릇' 시험대에

권구찬 선임기자




서울 도심의 최대 금싸라기 땅인 용산 코레일 부지 개발사업이 닻을 올리는 모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서울에 7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5·6 부동산대책’에서 코레일 부지에 8,000가구의 주택을 짓는다는 방침을 담았다. 한데 모양새는 쏙 빠진다. 이곳을 세계적 수준의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기로 한 서울시는 정작 국토부의 발표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축구장 50여 개 크기의 이곳 미래 청사진은 용도 결정과 개발 인허권자인 서울시가 쥐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러다 보니 용산의 미래상은 알 길이 없다. 한때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조망 받았던 용산 프로젝트의 재추진 청사진임에도 ‘주택 8,000가구’ 달랑 한 줄 뿐이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지난 2013년 개발 무산 이후 정부 차원에서 첫 시동을 걸었다는 것 정도다. 따지고 보면 여당이 21대 총선 공약에서 이 땅에 청년·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공약하면서 국토부의 용산 베드타운 발표는 익히 예정된 수순이었다.

김현미(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그럼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 통 개발 카드를 접은 것일까. 박 시장은 3기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 여의도와 용산의 통째 개발 구상을 밝혔다가 집값을 들쑤셨다는 비판에 시달리자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프로젝트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용산 통 개발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구상이 대선 레이스의 빅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최종 병기를 꺼낼 타이밍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미적대는 틈을 타 국토부는 베드타운 ‘알박기’에 성공했다.

서울시가 또 다른 금싸라기 땅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 점도 박 시장의 침묵을 더 어색하게 만든다. 서울시는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옛 미 대사관저)에 대해서는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고 예산까지 책정했다. 결국 지난주에 있었던 부지 매각 입찰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고 말았다. 땅의 용도 결정을 두고 인허가권자의 이율배반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서울시는 용산 일대를 국제 비즈니스 거점과 글로벌 정주환경을 조성해 도시 경쟁력 강화의 중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용역을 착착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박원순표 용산 통 개발론이다. 장밋빛 청사진일 수도 있겠지만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은 적어도 베드타운은 아닌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의 주거면적 비율과 주택 유형을 두고 옥신각신한다고 한다.

박 시장은 2년 전 3기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라는 국토부의 요청을 끝까지 버텨냈다. 그린벨트를 허물어 주택을 짓기보다는 도시의 허파기능을 유지하는 게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땅 역시 마찬가지다. 땅은 본연의 가치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뉴욕 허드슨 야드는 대담한 도시계획과 창의적 설계로 세계적 명소가 됐다. 허드슨 야드처럼 만들 곳은 코레일 부지만 한 땅도 없다. 그린벨트가 도시인의 쉼터를 제공한다면 용산 땅은 미래세대에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서울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 방향에 부합한다. 주거 공공성 확보는 이곳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용산 사업승인 시점인 오는 2023년 말이면 3기 신도시 공급물량이 쏟아지게 된다.

박 시장의 대권 도전 의사는 확고하다. 국가지도자를 꿈꾼다면 외줄 타기를 접고 용산 구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골목길 재생에 역점을 둘 건지 아니면 담대한 도시계획을 짤 건지를 말이다. 집값 안정을 핑계로 뒤로 숨은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어차피 용산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투기가 기승부릴 여지가 줄어들었다. 이리저리 재고 저울질할수록 정략적 꼼수로 비칠 뿐이다. 용산 베드타운은 세금으로 송현동을 공원화하는 것처럼 쉽고 편한 길이다. 용산은 박 시장의 ‘그릇’ 크기를 가늠할 시험대다.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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