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 참사를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인재로 결론 냈다. 이번 화재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불티가 튀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발주자와 시공사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화재사건 수사본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화재는 저온창고가 있는 지하 2층 산소용접 작업 중 발생했다”며 “공기 단축을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한 병행작업 등 공정 전반의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 등으로 큰 인명피해를 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1분쯤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저온창고 화재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찰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과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화재가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이곳에서 근로자 A씨가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붙어 화마가 됐다는 것이다.
화재의 원인이었던 이 용접작업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을 할 때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함에도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화재 감시인은 당시 작업 현장을 벗어나 불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으며 관리·감독자들은 화재 위험 작업 전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화재예방·피난 교육도 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안전관리 소홀이 확인됐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화재 당일에 평상시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획보다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 것이다.
공사 편의를 위해 현장 곳곳에서 이뤄진 안전을 도외시한 행위들도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초 이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결로현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이렇게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가 실패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안전조치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1명, 시공업체인 건우 3명, 감리단 2명과 협력업체 3명 등 모두 9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한익스프레스 4명, 시공사 6명, 감리단 4명, 협력업체 1명 등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반 수사본부장은 “앞으로 보강수사와 함께 공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잘못된 공사 관행에 대한 제도개선 대책 마련 등을 위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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