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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사람이 동등하다고? 동물에도 엄연한 계층이 존재한다

[책꽂이-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셸리 케이건 지음, 안타레스 펴냄

8년만 신간에서 동물윤리 논의에 뛰어들어

동물윤리는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연결

"동물을 헤아리되 사람보단 덜 헤아려야"





“동물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같은 철학적 주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윤리에 대해 논하기도 바빴던 만큼 동물윤리는 인간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동물 학대와 동물실험과 같은 문제가 수면 위에 올라오면서 동물윤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해방’(1975)을 펴내며 동물권 운동을 시작한 이후 관련 저작과 논문이 많아지고 학술회의도 꾸준히 진행되는 등 동물윤리 분야에 거대한 철학적 관점이 형성됐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셸리 케이건 미국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도 이 주제에 주목했다. 지난 2012년 출간된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를 통해 죽음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를 탐구했던 그는 8년 만의 신간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를 통해 동물의 삶과 인간의 자격을 역설한다. 책은 케이건 교수가 옥스퍼드대학교 우에히로 실천윤리 센터의 초청을 받아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한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보여준 케이건 교수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재치 있는 입담은 여전하지만 논증은 더욱 정교하고 집요해졌다.

셸리 케이건 교수. /사진제공=안타레스


동물윤리가 도덕철학의 한 분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지배적으로 부상한 철학적 관점은 ‘사람과 동물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세이건 교수는 이 같은 관점이 단 하나의 도덕적 지위만을 인정한 ‘단일주의(unitarianism)’라고 비판한다. 인간 사회의 도덕 이론을 동물에 적용한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동물윤리 분야가 교착에 빠진 이유 또한 이들의 잘못된 관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견해가 “동물을 사람과 같이 헤아려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해 분열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건 교수는 다양한 윤리적 사례를 들어 단일주의를 논박하면서, 동물윤리의 핵심에 복지(welfare) 분배와 권리(rights) 분배를 둔다. 그러면서 동물 개체의 도덕적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계층적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층적이라고 해서 오직 인간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 밑에 정신적 지능이 높은 동물인 침팬지·돌고래,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개·고양이 등을 놓는 등 계층적으로 구분하는 ‘제한적 계층주의’의 관점에서 동물윤리 이론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동물을 헤아리되 사람보다는 덜 헤아린다는 전제가 아니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셸리 케이건 교수. /사진제공=안타레스


‘사람과 동물은 평등해야 하는가’, ‘동물에게 복지를 나눠주는 방법’ 등 수백 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동물윤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근본적인 궁금증이 든다. “우리가 왜 동물윤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온전한 사람인 여러분이 사람의 삶을 살면서 경험했거나 경험하게 될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동물의 삶에 투영하는 것이 유의미한 작업임을 깨닫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곧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가졌다. 이제 동물의 몫을 생각할 때다.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같은 맥락에서 책의 첫 장에는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적혀 있다. 이 문장이 저자가 동물윤리에 대해 깊이 있게 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셸리 케이건 교수. /사진제공=안타레스


책은 동물윤리에 대한 최종 결론이라기보다는 시작을 의미한다. 세이건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진행한 논의가 사회적 공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론을 풀어나간다는 의미에서 적어도 표면을 긁어놓기는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이 책에서 전혀 다루지 못했거나, 다루긴 했으나 자세히 파고들지 못한 도덕 이론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 다듬어나가야 할 세부 사안들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동물윤리를 둘러싼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만9,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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