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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울포럼2020] 이진형 교수 “민주적 연구 평가와 지원 시스템이 파이어니어를 키운다”

■주제강연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인센티브가 독창적 실험의 원동력

초격차 위해 인력·돈 장기 투자를

韓 바이오기업 글로벌 진출하려면

기술 증명·시장생태계 이해 중요





“많은 경우 우리들은 완성된 초격차를 지닌 제품을 하루아침에 접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런 것이 어느 날 갑자기 경영 전략의 변화로 탄생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초격차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초격차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인력과 돈을 장기간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노력이 초격차의 성공을 만듭니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 겸 공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초격차 기술이 잉태되는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제품도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자가 탄생하는 과정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혁신적 연구자인 ‘파이어니어’들이 다수 나올 수 있도록 대학 연구실에서부터 산학연 협력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도전’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도전을 중요시하는 혁신적 연구자들을 탄생시키려면 산학연 협력 과정에서 민주적인 연구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여하는 상은 20여명이 넘는 교수가 모여 개별 교수들이 왜 이 상을 어떤 사람에게 줘야 하는지 직접 설명해야 하는 토론의 장에서 결정된다”며 연구 성과에 대한 민주적인 평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이 교수는 두뇌를 전자회로로 접근해 뇌 진단 플랫폼을 만드는 연구로 지난 2010년 미국 국립보건원이 부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파이어니어 상을 받았다. 파이어니어 상은 자신의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도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미국 학계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민주적인 평가제도는 개개인의 연구자들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한국과 미국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동일한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 사회에서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방식은 그 사회 전체의 문화와 경쟁력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에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자신과 같은 연구자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파이어니어들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자체가 사회 전체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은 이 교수는 자신의 회사 엘비스(LVIS)에서 만든 뇌 진단 플랫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상용화되면 전자회로의 문제점을 찾는 것처럼 뇌 질환을 진단하는 데 혁신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적 평가와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분야가 새로운 길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의료 등 의료 규제가 대폭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처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비대면 의료는 의사가 적고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효율적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와 같은 의료 규제 완화의 흐름은 한 번 바뀌면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이 커져 해제된 규제는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의료 생태계에서 큰 지각 변동으로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때문에 이 상황을 잘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키트 개발로 코로나19 국면에서 주목받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려면 기술경쟁력만큼 시장이해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온 기업이 만든 기술에 대해서는 더욱 더 많은 검증을 요구하게 된다”며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진출하는 국가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기술과 더불어 시장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바이오 산업은 많은 경우 그 시장에 관계된 사람이 일반 소비자를 넘어 의료 산업 종사자, 보험사, 정부 등이 관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불러올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시계를 찾으라고 하면 그것을 찾을 수 있어도 지구 어딘가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찾으라고 하면 AI는 성공하지 못한다”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는 아무 문제나 풀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AI를 바탕으로 단순히 결과를 기대하는 곳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AI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인지하고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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