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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탄생서 죽음까지...언어에 관한 모든 것

언어의 역사(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소소의책)





그 언어를 사용하는 최후의 한 사람이 죽는 순간 언어도 사멸한다. 히타이트인, 아시리아인, 바빌로니아인 등 갖가지 문자 체계를 발명한 사람들이 문화의 흥망성쇠 속에 사라질 때 그들의 언어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언어의 사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푸아뉴기니는 한 나라에만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인도·아프리카·남아메리카에도 각각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그 사용자가 열 명 안팎인 경우가 허다해 ‘위기언어’로 통한다.

저자는 향후 100년 내에 전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멸할 것이라는 언어학자들의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금이 1,200개월 동안 3,000개의 언어가 평균 약 2주마다 한 개꼴로 사라지는 언어의 ‘떼죽음’ 시대라고 했다. 언어가 사멸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저자는 천재지변이나 국가 차원의 언어 금지령보다도 다른 언어를 선택함으로써 좋은 직업을 갖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실용적 원인이 큰 것으로 봤다. 그런가 하면 남오스트레일리아의 토착어 중 하나인 카우르나어 사례처럼 사멸했던 언어가 복원 노력에 의해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어 남용을 우려해 거의 매주 우리말 대체어를 발표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신간 ‘언어의 역사’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언어와 관련한 숱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담았다.



책의 시작은 엄마 뱃속에서 방금 막 나온 아이의 입장에서 들어본 ‘베이비토크’다. 베이비토크는 마치 갓난아이에게 말을 건네듯 입술을 둥글게 오므려 최대한 과장된 어조로 같은 말을 두세번씩 반복하는 화법을 말한다. 아기는 단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엄마 목소리의 특징인 리듬과 억양은 분명히 구분할 수 있고, 베이비토크를 거치며 언어 학습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렇게 말을 배우는 과정처럼 책은 문법, 철자, 수화, 속어 등 언어의 거의 모든 것을 짚어간다. 심지어 통신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문자메시지’도 다뤘다. 문자메시지를 위해 짧게 줄인 약어를 흔히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할 것이라 여기지만 의외로 10대부터 50대까지 고른 연령에서 약어 사용이 포착된다. 더욱이 책은 “영어 문자메시지에 흔히 등장하는 약어는 거의 대부분 오래전부터 언어에 편입돼 있었다”면서 “통신 약어가 ‘새로운 언어’라는 말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글자를 생략하거나 문자를 더하는 재미, 문자메시지에 능수능란한 사람의 풍부한 창의성을 칭찬한다. 2만3,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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