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시작됐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박 시장을 추모했다. 일부 시민은 조문을 마치고 흐느끼며 분향소를 떠나기도 했다. 한편 보수 단체가 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해 박 시장의 지지자과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와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청원경찰 인력과 경찰력을 시청 인근에 배치해 둔 상태다.
1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 앞 시민광장에 설치된 박 시장의 분향소에서 시민들의 분향이 시작됐다. 분향소의 제단은 가로 9m, 세로 3m로 꽃 9,500송이가 장식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민들은 다른 시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시민광장을 둘러싸고 대기했다.
분향소를 찾은 일부 시민은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시민은 분향소 앞에서 “박 시장은 죽지 않았다”며 “박 시장이 무슨 죄가 있어 죽냐”고 흐느끼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분향소를 찾은 이모(39)씨는 “박원순 시장이 처음 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지지했다”며 “박 시장이 없었더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할 때의 촛불시위도 불가능했을 텐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허망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한 50대 여성은 “지지층은 아니지만 고소된 것과는 별개로 박 시장이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던 걸 기리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분향에는 3시간30분만인 오후 2시30분 기준으로 2,200명이 넘는 시민이 찾았다. 점차 늘어나던 대기 행렬은 오후 2시께부터는 거리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시민광장을 찾아 조문을 위해 대기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시민광장 곳곳에서 보수 단체와 박 시장 지지층의 충돌이 수차례 이어졌다. 분향소를 지나가던 몇몇 시민이 ‘무슨 시민장이냐’며 지나가자 조문을 대기하던 시민들이 ‘보기 싫으면 오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맞받아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후 2시께 한 보수단체는 시민광장 남단 쪽에서 ‘백선엽 장군도 국가장으로 진행하라’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에 박 시장 지지층이 몰려와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한 시민은 “집회를 진행하던 사람의 신원이 드러났는데 사자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3시께에는 한 보수단체가 시민광장 동편에서 노래를 틀며 집회를 진행하자 다시 한 번 보수단체와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보수단체와 지지자들 사이를 막아서며 분리시켰지만, 막아서던 경찰과 박 시장 지지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4시께에는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하는 시민이 분향소 앞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하자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시청 앞 분향소는 이날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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