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를 ‘사상 검증’하려 한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당신이 이렇게 말이 되든 안 되든 무슨 소리라도 떠들어댈 수 있는 자유는 이인영 후보 같은 많은 민주 투사들의 희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고 자중하길 바란다”며 일제히 태 의원을 꾸짖는 모습을 보였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23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국 대학생의 대표로 선출되고, 국민들에 의해 4선으로 선출된 이 후보에게 구시대적 사상검증을 하려 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의원은 이 후보의 고려대학교 2년 위 운동권 선배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를 찾아왔다는 태 의원을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군부 독재정권의 억압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이인영 후보를 청문회장에서 조롱했다. 자신이 찾은 자유가 이 땅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면서..”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역시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해서 사상 전향을 해야 된다는 주장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 역시 1991년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사상 전향을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양심과 이념에 있어 몇 가지의 금기어가 있다”며 “빨갱이, 사상 전향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정강정책 초안이라고 며칠 전에 발표한 게 있다. 여기에는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정신을 이어간다’ 라고 돼있다”며 “제발 이제 진짜 그런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 같은 분이 없었다면 지금 태영호 의원이 국회 그 자리에 계실 수 있었을까”라며 “태 의원은 아직도 대한민국이 한 사람의 사상을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마음대로 재단해서 죄를 뒤집어씌우고, 감옥에 가두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나라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최고의 인사”라고 치켜세웠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 더이상 시대착오적 마녀사냥식 사상 검증은 안 된다”며 “다시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문이 가는 발언은 들려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이이 율곡’에 빗대기도 했다. 신 의원은 “이율곡이 평생 정적들의 시달려야 했던 소재가 있었다. 젊은 시절 어머니 신사임당의 사망으로 방황할 때 잠시 불교에 심취해 법명을 받았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년 전 가슴이 뜨거웠던 젊은 시절의 발언이다. 지금의 이인영은 훨씬 완숙해져 있다. 색깔론, 부질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함에도 가족 신상털기, 사상검증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며 후보자를 폄훼하고 모욕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철 지난 색깔론과 사상전향을 운운하는 퇴행적 행동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을 “변절자”라고 말했다가 해당 글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23일 SNS에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으나 논란이 되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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