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과 박 후보자가 단국대 학력 위조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자료제출 요구를 이례적으로 불성실하게 임했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측 첫 질의자로 나선 정보위원회 간사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가) 자료 제출에 성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2년제 광주교대를 졸업한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에 편입하면서 4년제 조선대를 졸업한 것처럼 학적부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청문회 제도 도입으로 학적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해 2000년 단국대를 압박해 다시 한 번 조선대를 광주교대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2000년 당시 (박 후보자가) 권력 2인자일 때, 단국대 학력을 위조한 의혹을 받고 있어 그것을 확인할 자료로 단국대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했다”며 “(성적 공개가) 개인 정보 유출이라고 말했는데, 성적을 가리고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저는 조선대에 다니지 않았고, 광주교대 2년을 다니고 단국대에 편입했다”며 “학적 정리는 대학이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적을 가리고 제출하는 것도 대학이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하 의원이 거듭 “성적을 가리고 제출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 증인을 위해서도 좋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학력 위조 의혹이 기정사실이 된다”고 요구했지만, 박 후보자는 “학교 측에서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이기 때문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학력에) 하등의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하 의원과 설전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하 의원을 향해 “문제가 있으면 하 의원이 대학에 가서 (성적표를) 요구하라”며 “성적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하 의원은 다시 “다른 학력 위조와 달리 (박 후보자의 학력 의조는) ‘권력형’이라는 말이 붙는다”며 “2000년 (박 후보자가) 실세일 당시 어두운 과거 은폐를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이 질의 과정에서 ‘위조’, ‘겁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박 후보자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아무리 제가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 위조, 겁박 이런 말을 하면서…”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하 의원은 “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 본질을 흐리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하 의원은 “후보자가 광주교대로 (학적을) 바꾸는 과정에서 결정적 실수를 한다”며 박 후보자가 제출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2가지를 증거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를 향해 “전산화된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는 본인이 제출했으니까 그건 사실이라고 본인이 생각하고 제출하신 것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가 “의원님”이라고 부르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자 하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하는 전해철 정보위원장에게 “후보자라 질문에 답변을 좀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의원님께서는 위조, 겁박했다 이렇게 이야기 하지 마시고, 후보자께서도 질문 듣고 맞다, 그르다 이렇게 답변하시기 바란다”고 장내를 정리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설전은 이어졌다. 하 의원은 “교양학점을 100학점 이상 들었더라도 졸업 요건 인정학점은 35학점 이내인데 (박 후보자가) 전공필수 과목을 단 1학점도 듣지 않았다”며 “교양 100학점 그리고 전공선택 63학점밖에 없다. 160학점 중에 72학점이 빈다. 졸업 자격이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21세기의 개념은 많이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는 분명히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내서 단국대학에 편입을 했다”며 “ 단국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했지 학점이 안 되니까 졸업하지 마라 했으면 안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1965년 그 당시에 단국대학의 학칙을 저는 알지 못한다”며 “그러한 의혹이 있는 것은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학에 가서 물으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질의에 나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 4명 중 3명은 박 후보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철규 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120건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자료를 제출한 것은 23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부동의해서 사실상 자료제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태용 통합당 의원도 “(박 후보자는) 이례적으로 답변률이 낮다. 129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답변 온 게 37건”이라며 “2000년 당시 후보자의 학정 정정에 대해선 권력형 학력 위조 사건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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