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은 2004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에 의해 자체 결정에 맡긴다며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더욱이 헌재는 헌법의 최후 보루이며 대법원과 대검찰청도 분리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헌법기관을 장기판의 졸처럼 마음대로 움직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헌법을 무시하는 오만한 시각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서울대 이전도 모자라 전국 거점대학 네트워크화를 앞세워 사실상 서울대 폐지론까지 들고 나왔다. 말로는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지역별 나눠먹기식 이전작업으로 표심을 얻겠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수도 이전은 2004년 헌재에서 관습헌법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여당이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아무 준비도 없이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하다. 게다가 위헌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채 이를 밀어붙이면 국론 분열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대상 기관과 지역에 대해 아무 말 대잔치 식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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