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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금리↓ 빚↑…弱달러 수혜없는 신흥국

넉달간 채권 유입 2018년 절반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 옆을 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최근 연일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터키 금융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AP연합뉴스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증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까지 쓰면서 신흥국 시장의 투자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신흥국 외화표시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마이너스 890억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신흥권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중순 경기부양을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 3월 말부터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리며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590억달러가 유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8년 1·4분기 달러 가치의 낙폭은 올해 하락폭인 3%에도 못 미치는 2.5%였는데 당시 신흥시장 펀드로 총 1,180억달러가 유입됐다. 당시와 비교하면 신흥국으로 몰린 금액은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지 않는 것은 투자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보상을 기대하지만 신흥국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현재까지 20여곳의 신흥국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실제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근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2%로 낮췄다. 1996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이다.

브라질 기준 금리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이번 회의까지 아홉 번 연속으로 낮아졌다. 리라화 폭락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터키도 약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 따라 신흥국 및 관련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도 크게 악화하면서 투자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오는 2021년 3월까지 투기등급 신흥국 회사채의 디폴트 비율이 13.7%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신흥국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 상승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달러 가치는 7월 유로화와 파운드화 대비 각각 5%, 6% 하락했고 호주달러 대비 3.6% 떨어졌다. 하지만 신흥국 통화 대비 낙폭은 1.4%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터키와 같은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신흥시장이 과거처럼 달러 약세를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징후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2018년 터키 리라화 폭락,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1998년 러시아 디폴트 등 각종 과거의 대형 이벤트들이 시장에서 유동성이 감소하는 8월에 일어난 만큼 자금 유출로 신흥국 시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보통 달러화 약세는 신흥국 채권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늘리고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번 경우에는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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