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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도 부족한 文… 전셋값 폭등하는 데 '무제한 계약갱신'까지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일반적 현상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한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 표준임대료 등도 언급하며 임차인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을 상시 감독하는 감독기구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리한 법안에 부작용이 커지자 이를 다시 규제로 통제하려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의 시대 끝내고 주거 정의 실현하겠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주택 문제가 당면한 최고의 민생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여당이 입법화한 부동산 대책들을 일일이 설명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보유 부담을 높인 세제 개편을 두고는 “부동산 투기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라며 “보유세 실효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 개편이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는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임차인 보호도 주요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독일·프랑스·영국·일본·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일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특히 주요 도시들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의 후속대책으로 표준임대료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실수요자 보호 △투기근절 △주택공급물량 확보 △세입자 보호대책 등을 부동산 정책 4대 패키지로 제시하며 “주택주거정책의 종합판”이라고 평가한 것은 결국 현재 정부의 주택정책기조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文 ‘표준임대료 언급…임대차 시장 가격규제 강화하나


문 대통령은 이날 임대차 시장과 관련해 최근 시행한 임대차3법보다 더 강도가 센 표준임대료 제도를 해외 사례로 언급하면서 지금의 임대차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대통령이 해외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한 표준임대료는 주택 공시가격을 정하듯 표준 주택을 선정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법으로 정하는 개념이다. 7월 31일 시행한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 5% 한도 내에서 시도지사가 임대료 상승 상한선을 정하도록 한것보다 더욱 강화된 가격 규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임대료 상한 폭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표준임대료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후 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그 여파는 임대 주택 공급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실시한 한술연구용역에도 “가격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 왜곡이 심해져 임대인의 이탈로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는 실제 임대인들이 기대하는 임대료를 다받지 못하고 95% 수준만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할 때 2년6개월 동안 임대주택 공급이 8.3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4분기부터 2012년 2·4분기까지 실제 공급량에 대입하면 공급 감소량은 5만5,800가구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감소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대인의 경우 앞으로 줄어드는 임대수입에 대응해 임대주택의 수리, 보수 등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임대주택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 주거 안정을 저하하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학계 “美·佛 무제한 갱신 청구권 있어 한국과는 상황달라”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세입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제한 계약 갱신 청구권을 갖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임대차 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린 최근의 변화가 해외와 비교하더라도 지나친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계에서는 애초부터 국내와 해외의 임대차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테면 국내의 경우 주거용 주택과 임대용 주택이 사실상 구분없이 혼재돼 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 자체가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의 80%는 주거로, 공동주택의 80%는 임대로 이용되는 식이다. 이에 임대주택을 운용하는 임대인들은 오히려 장기 임차인을 확보하는 것이 단기 임차인을 두는 것보다 유리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공실 우려 등으로 임차인들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며 장기간 머물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 갱신 청구권을 도입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인 갈등이나 부작용의 양상 등이 국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며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 감독기구는 금융계의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작전세력를 상시 관리하듯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 산하에 별도 기구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도 ‘부동산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동산 시장의 교란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엄중 대처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 “규제로는 부작용 못 막아… 수요자 중심 정책 고려해달라”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임대차 시장을 중심으로 규제가 거듭 강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주택담보대출과 연계한 전월세전환율 조정 등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당정협의를 거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경우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부담을 가해 결국 전세가 폭등,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일본의 경우 오히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없는데 이는 공급이 많아 이미 임차 수요자들이 원하는 대로 시장에서 주거형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의 끝은 결국 공급 감소 등 서민에게 돌아오는 만큼 서민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규제일변도 보다 공급 강화 등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대차 3법 등을) 정부가 속전속결로 도입하고 부작용이 나타나자 또 다른 땜질 처방을 하려는 것 같다”며 “또 다시 시장을 부정하는 것 같다.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고 결국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 학과 교수 역시 “임대차 3법 등 취지가 좋은 제도가 많지만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현재 정책 기조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임대주택 공급 감소, 임대주택 수준 저하 등 추가 부작용이 예상된다. 투기꾼, 임대인 등 특정 면을 바라보기 보다 시장 전체를 조망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흥록·허세민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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