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분석과 시선추적 기술을 이용하면 치매, 우울증,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질환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뇌파 분석기술을 적용한 가상현실(VR) 기기로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뇌파 기술 스타트업인 룩시드랩스의 채용욱(38·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치매 등의 진단·치료를 위한 과학적 장비가 극히 적은 현실에서 뇌파 분석 VR 기기가 질환 예방 및 개선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룩시드랩스는 뇌파 등 생체신호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뇌파와 시선 데이터를 모으는 센서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인지기능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부터 대만 HTC, 미국 오큘러스가 만든 VR 헤드셋에 이 회사의 센서·솔루션을 붙인 VR 기기 ‘룩시드링크’를 판매하고 있다. 헤드셋의 이마 쪽 닿는 부위에 뇌파 센서가 붙어 있고 시선추적 장치도 장착돼 있다. 헤드셋을 쓴 사용자는 가상의 슈팅, 퍼즐, 기억력 게임 등을 손을 사용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즐기게 된다.
채 대표는 “가령 게임을 하는 노인의 시선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뇌파가 불안정해지면 그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며 “일반인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면 병원 진단을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솔루션은 국내에서 아직 의료기기로 승인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 병원의 진단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기기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게 채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하반기 부산시 치매안심센터 30곳에서 독거노인 1,000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룩시드랩스가 처음부터 VR 헬스케어 기기를 목표로 둔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최고혁신상, 올 초 세계적 IT·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인 ‘SXSW’에서 ‘톱5 스타트업’ 등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기술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호평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자 채 대표는 타개책으로 뇌파기술을 응용할 도구로 VR을 선택했다. 그는 “3차원(3D) 기반 VR이 2차원(2D) 기기보다 뇌에 더 많은 자극을 주고 뇌파와 시선 데이터를 모으는 데 적합하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VR 의료기기를 승인할 정도로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KAIST 뇌공학 석사를 딴 채 대표의 창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KAIST 동료들과 뇌 자극술 의료기기 업체인 와이브레인을 창업했다. 당시 뇌파 분석에 더 관심이 많고 영화 ‘아바타’처럼 뇌 연결 컴퓨터를 구상하던 채 대표는 와이브레인에서 나와 AI 기반 뇌파 분석 분야에 도전했다. 현재 룩시드랩스 직원 30명 중 90%가 연구진으로 KAIST, 서울대 석·박사 출신 엔지니어들이 포진해 있다.
룩시드랩스는 올해 부산에 이어 내년에 전국적인 노인 대상 VR 뇌파 분석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채 대표는 “서비스 확대를 통해 질병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치매 예방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VR 뇌파 분석기술을 고도화해 정신건강 개선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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