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이들을 정상급 체스플레이어라고 평했다. 대선 맞수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자질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말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에서 일자리와 경제를 주제로 연설을 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다가 “내가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푸틴, 중국의 시 주석, 김정은, 터키의 에르도안, 그들은 세계 정상급 체스플레이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모두 바이든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보고 있어 미국이 불리해진다는 취지다. 그는 “우리가 이기면 이란과 즉시 합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7일 브리핑 당시 재선에 승리하면 이란 및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합의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할 뻔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는 잘 지낸다. 김정은 말이다. 우리는 잘 지낸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과의 협상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을 상대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들 정상을 동원했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대미압박을 자제시키려는 대북 메시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주로 대선을 겨냥한 국내용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나흘간 전당대회를 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기간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애리조나주 등을 연달아 찾아 집중견제에 나설 계획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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