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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가계소득 늘고, 분배 좋아졌다는데…뜯어보면 아니다?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명목소득이 월 평균 527만 2,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4.8%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입니다. 언뜻 보면 가계 소득 수준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계 소득, 분배 상황 모두 처참했습니다.

우선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착시 효과로 전국 가구(2인 이상)의 명목 소득이 늘어나긴 했으나 근로·사업·재산소득이 지난 2003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월평균 322만 원으로 작년 동기(340만 원)보다 5.3% 줄었습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3분기(-0.5%)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2분기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0만 7,000명 감소해 근로자 가구 비중 자체가 줄어든 영향입니다. 사업소득은 월평균 94만 2,000원으로 작년 동기(98만 7,000원)보다 4.6% 줄었습니다. 2018년 4분기∼2019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하다 올 1분기 증가로 돌아섰지만, 반짝 반등에 그쳤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영업 업황 부진 때문입니다. 재산소득은 월평균 3만4천원으로 작년 동기(3만8천원)보다 11.7% 줄었습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재난지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98만 5,000원으로 80.8%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77만7,000원)은 127.9%나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2·4분기에 긴급재난지원금, 저소득층 소비쿠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지급 등의 정책을 폈습니다.

소득 분배 수준도 통계상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긴급재난지원금 등 보조금의 영향을 배제한 시장 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을 살펴 보면 소득 분배는 큰 폭으로 악화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해 동기(4.58배) 대비 0.35배 개선된 수치입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최상위 20%(5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을 소득 최하위 20% (1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그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긴급 재난 지원금 등 공적 이전 소득을 제외한 시장 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 이전소득) 기준 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올 2분기 기준 8.42배로 지난해 동기(7.04배) 대비 1.38배나 악화했습니다. 언뜻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소득 분배 상황도 긴급 재난지원금의 반짝 효과로 인한 일종의 착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1인 가구 가계동향조사 통계도 주목해야 합니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는 전국 2인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한 통계로 취약 계층이 다수 분포된 1인 가구는 배제돼있습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전국, 1인 이상)’를 보면 1인 가구의 2분기 소득은 233만 8,9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습니다. 2인 이상 가구들은 그나마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잠시나마 소득이 증가했지만, 코로나 19의 직격타를 맞은 1인 가구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도 소득 감소를 막지 못했던 셈입니다. 1인 가구의 경상소득은 231만 5,160원으로 2.1%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근로소득(145만 9,235원)은 3.0% 감소했고 사업소득(30만 275원)은 무려 22.5%나 급감했습니다.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한 가계동향조사 통계도 녹록지 않은데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1인 가구 통계까지 합치면 전체 가구의 가계 소득과 분배 상황은 더욱 참담한 수준일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끝나는 3분기 가계 소득과 소득 분배 지표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간신히 버팀목 역할을 하던 긴급 재난지원금의 ‘약발’을 걷어내면 더욱 처참한 수준의 3분기 통계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우려입니다. 이와 관련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긴급 재난지원금은 물론 정부 재정 지출, 즉 이전 소득이 소득 분배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건 사실이지만, 지속가능 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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