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일 연속 200명을 웃돌며 좀처럼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집단휴진에 돌입하며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동네의원들마저 오는 26일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도 커졌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국내 발생 258명, 해외 유입 8명 등 모두 266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각각 34명, 40명 늘며 누적 환자 875명, 176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n차’ 감염 확산을 일으키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번주가 방역의 중대고비라며 “일부 교회와 광화문 집회 감염의 추가 전파 확산이 본격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 와중에...정부-의협 '평행선' |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가 일제히 총파업에 나선 24일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제한적으로 가동하는 등 곳곳에서 환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전공의 중 70%가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의 긴급면담 역시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무위로 끝난 탓에 26일 동네의원을 포함한 의협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입구에는 지난 7일과 14일 전공의들이 1인시위를 하던 자리에 전임의들까지 나서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병원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는데 외래 진료과목에 따라 대기시간이 최장 80~90분까지 지연돼 환자들이 평소보다 10~20분 더 기다려야 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내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모씨는 “오늘따라 진료를 보는 선생님들이 적은지 유난히 더 오래 걸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외래를 사전에 조정하기는 했지만 지연이 발생했다”며 “전공의 공백을 교수와 전임의들이 메꾸다 보니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회진도 주기가 길어지는 등 평소보다는 벅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응급실·중환자실 같은 필수 부문은 정상 운영됐다. 전공의들은 아예 손을 놓기보다는 환자들이 몰릴 때마다 필수 부문의 가동을 위해 유연하게 투입했다.
대학병원 진료공백 속출...파업참여 늘땐 의료대란 불보듯 |
이처럼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일제히 파업에 가담하며 전국 주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가 연기되거나 수술이 밀리는 등 불편과 불안을 몸소 겪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날 전공의 파업 등 인력 부족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했다. 이 병원 전공의 500여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전임의 266명 중 16명도 이날 연차를 내면서 정상적인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며 “응급하거나 중증 환자는 어떻게든 수술하려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산부인과 진료가 미뤄진 한 임신부는 “시급한 진료는 아니라지만 아이 상태는 항상 궁금한데 당장 진료를 못 받는다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불안정한 상황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날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거나 사람의 생사가 넘나드는 의료 대란은 없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의료체계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전임의들도 파업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며 “교수 등이 맡고 있는 응급실도 당장은 버티겠지만, 장기화할 때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정 총리와 최대집 의협 회장 간 만남 역시 별 소득 없이 끝나며 의료계 총파업 장기화는 점점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동 직후 최 회장은 “아직 견해차가 좁혀진 게 없다”며 예정된 26일 집단행동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나온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함께 논의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 내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협이 26일 총파업에 나서더라도 이후 협상 과정에 따라 애초 계획한 사흘보다 일정을 줄이거나 3차 파업까지는 강행하지 않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코로나 검사 폭증에...보건소 의료진은 악전고투 |
한편 서울 강북의 한 보건소 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로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다. 오후 들어서도 밀려드는 피검사자들로 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는 하루 종일 북적였다. 전신을 감싼 푸른색 방호벽을 입은 의료진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를 오가며 거리두기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한 의료진은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짬을 내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다”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체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풍이 잘되지 않는 보호장구를 입은 채 하루에도 수백~수천건의 검체 검사를 진행하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악전고투하고 있다.
지난 6월9일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크 스루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 업무를 하던 보건소 직원 세 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던 이들은 어지럼증과 과호흡, 손 떨림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튿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도 의료진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밀려드는 피검사자들로 화장실조차 편하게 갈 수 없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생긴 병이 악화한 것이다.
50일이 넘는 장마 이후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폭염으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검사자의 비상식적 검체 채취 거부도 더위에 지친 의료진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17일 코로나19 검사 대상인 서울 성북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는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에게 난동을 부렸다. 이들 부부는 보건소 직원의 몸을 건드리고는 “우리가 (보건소 직원을) 만졌으니 당신들도 검사를 받으라”며 검사를 완강히 거부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12일 발표한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이달 중순 이후 검체 검사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면서도 “폭염 속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시민들의 고충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을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성행경·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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