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이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까지 연이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불복하면서 ‘스스로 부정한 제도는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검찰이 자기 손으로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시하는 등 ‘나쁜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권 견제’라는 수사심의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도에 과감히 메스를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운용방식이다. 수사심의위는 참여위원들이 검찰·변호인 측 주장을 듣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낸다. 하지만 논의는 하루 만에 이뤄진다. 게다가 양측 주장을 듣는 과정에서 질문하는 것 외에는 공소장 열람 등 사건 기록을 상세히 검토할 수도 없다. 실제 삼성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 위원에게 제공된 자료는 검찰·변호인 측에서 각각 제공한 50쪽 분량의 의견서뿐이었다. 반면 1년8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 기록은 수백 권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고 기록 검토 등까지 가능해야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논의에 따른 결론 도출이 단 1회에 그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검찰이 권고적 사항인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재차 논의해 다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의 의견이 권고적 수준이기는 하나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을 내린다는 측면에서 귀속력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비칠 경우 재차 논의해 다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만큼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위원들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6월26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위원장을 맡은 양창수 전 대법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두둔하는 칼럼을 기고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며 뒷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관은 결국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오랜 친구 관계라며 스스로 위원장 직무수행 회피 신청을 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삼성 사건은 양 수사심의위원장이 심의 대상자와 친분이 있고 삼성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이 위원 명단에 올라 있는 등 공정성 담보가 쉽지 않다”며 “이럴 때 위원 배제 및 회피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심의위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만 선정기준도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심의위원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야 하지만 선정과정만큼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구민·안현덕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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