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감시하는 수장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당사자인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 박 차관은 13명 규모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부동산 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8일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박 차관이 직접 나서 5·6대책에서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했는데 정작 본인과 가족이 준공업지역 내 수십억(시세는 수백억 추정)원대의 공장을 소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BS는 준공업지역의 규제를 풀고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짓게 하겠다고 5월에 발표한 박 차관이 서울의 준공업지역인 강서구 등촌동 일대 공장 건물과 1,681㎡(약 510평) 규모의 땅을 부인과 가족 등이 나눠 갖고 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또한 경실련은 “이미 박 차관은 과천에 보유한 수억원대 토지가구 3기 신도시에 포함되는 것으로 밝혀져 한차례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상태”라며 “공직자가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한 채 정부 개발계획과 정책 수립에 직접 관여하며 이해충돌 의혹이 발생한 것에 대해 박 차관 스스로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2018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대상 지역’에 자신이 과천시 과천동에 보유하고 있는 땅 1,259㎡(380평)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차관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준공업지역 주택공급계획과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므로 이해충돌 부분은 없다”고 해명한 상태다. 당시 박 차관은 “1978년께 부친이 창업하면서 용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었고, 2017년 12월 부친이 고령으로 본인(박 차관)의 누나와 형, 배우자에게 3분의 1씩 지분으로 증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 대신 배우자가 증여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현직 공무원으로서 공장을 소유·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정상 실제 공장 관리업무를 맡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은 이에 대해 “애초 부친이 보유했던 등촌동 공장토지 3분의 1 지분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것은 절세를 위한 꼼수증여”라며 “하지만 부모 재산을 모두 고지 거부하여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박 차관은 지금의 논란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검찰 등은 (박 차관이) 공직자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본인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수행이 이뤄졌는지, 부당한 재산증식을 위해 불공정한 업무를 수행한 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번 논란과 관련한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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