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상대로 폭행·욕설 범죄가 끊이지 않지만 처벌 수위는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에 경찰청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양형에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에 나섰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관 폭행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지적하자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본청 소속 생활안전국, 형사과, 경비과, 법무 담당 직원들은 지난달 ‘공무집행방해 사범 양형 기준’ 관련 회의를 열었다. 서울경제의 ‘경찰 매 맞고 욕먹어도 법원 솜방망이 처벌’ 기사가 나간 후 김 청장이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일반인과 접촉이 많고 공무집행방해로 피해를 받는 부서 위주로 모여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본지 8월4일자 27면 참조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십수 년부터 지적돼온 문제였다”며 “다만 무조건 사법부에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으니 자료 분석과 연구용역으로 근거를 갖춰 대응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무집행 사범과 관련해 경찰 차원에서 선행 연구가 부족했던 만큼 왜 형량이 낮게 나오는지, 감경 요소는 무엇인지, 일반 폭행죄 대비 처벌은 어느 정도인지 연구용역을 발주해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회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의견을 피력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사범은 매년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매일 30명가량의 경찰관이 시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공무집행방해 검거 사범 1만1,426명 가운데 구속된 경우는 단 5% 수준인 656명에 그쳤다. 재판에 넘겨져도 법원은 공무집행방해 사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 현행법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 법원의 공무집행방해죄 권고형 범위는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공무집행방해 사범들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경찰관 상습폭행범에게 최고 종신형까지도 처벌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찰청은 신임 청장의 지시를 계기로 공무집행방해 사범 처벌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환경에서는 시민들의 치안도 보장될 수 없다”며 “공권력 강화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치안 체감도 향상을 위해서라도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적절한 처벌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훈·심기문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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